요가의 자세, 송장 자세
요 근래에 업무가 바뀌면서 어깨를 자주 쓰게 되었고 근력이 '0, 제로' 그 자체인 나는 오십견이 올 것만 같았다. 등산을 하면서 스틱을 쥐는 데 아예 어깨 자체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느꼈다 '아, 나 이러다가 진짜 어깨를 못 움직일 수도 있나?' 하면서 운동을 어떤 것을 할까 생각해 보다가
근력 운동은 너무 재미없어서 헬스를 제치고, 필라테스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지우고, 수영을 하자니 화장을 지우고 하고 할 것을 챙기는 것이 귀찮아 미루고. 사실 어쩌면 의지가 없었던 걸 수도 있겠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들어온 건 '요가'였다. 처음에 요가를 시작하면서 그저 스트레칭에 가깝겠거니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갔었던 나는 그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가를 첫 자세부터 깨달았다. 발가락을 구부린 채로 앉아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느새 허벅지 뒤가 축축해졌다.
숨이 찰 정도로 코스를 마치고 '사바아사나' 즉 송장 자세라고도 일컫는 데 편하게 설명하자면 매트 위에 누워 그냥 누워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을 감고 명상할 시간을 주시는 데 아주 조금의 시간인데 평소에 명상이라는 걸 자주 안 해보았던 나는 시끄러운 속을 그저 불 길을 끄듯 잡념을 떠나보내기 바빴다. 몇 번 요가를 나가고 나니 명상시간마다 숨에 집중하고 들이쉬고 내뱉으며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호흡이라는 건 내쉬고, 마시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숨을 비우고, 채우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것도 채우고 비워야 하는 것이다. 최근 인간관계 및 사회생활에 지쳐있는 나에게 필요한 생각이었다. 최근에는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따로 없이 하루 건너 하루 일정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방전된 채로 소화하다 보니 편했던 사람들이 불편해지고 어느샌가 까탈스럽게 굴어대는 나를 보며 잠에 들기 전 대체 왜 그랬을까 후회급급한 나날들을 보냈었다. 그리고 하루 직장에 휴가를 내어, 속에 가득 들어버린 것들을 없애고자 척추가 없는 사람인 것 마냥 잠을 자고 멍하니 있으면서 밤송이처럼 뾰족했던 마음을 듬성듬성 가위로 깎아내어 껍데기를 까두고 밤 그 자체로 남겨두었다. 그러고 나니 내가 나스러워졌다. 살아가면서 항상 뛸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명 '바쁜 현대사회의 일원'이 되고 나면 나를 생각할 겨를 없이 스케줄이 생기곤 한다. 뛰더라도 가끔은 풀리어 오는 운동화 끈을 맬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도 일정이거늘 무시하고 비우는 시간 없이 그저 채우기만 하니 밑창이 떨어져서 아픈 발로 절뚝이는 것이다.
거창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쉴 시간을 좀 생각하면서 일과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주제이다.
마음에 빈 곳이 있어야 나 자신이 여유롭고, 그만큼 또 채우고자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오늘 하루 마무리도 자신에게 집중하며 불필요한 요소를 비우는 명상을 하고 잘 예정이다.
요가를 마무리하면서 하는 말로 나의 글도 정리하려고 한다.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든 이들에게,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