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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 Jan 24. 2024

꿈에 그리던 뮌헨을 향하여!

루프트한자를 처음 만나다

오늘 드디어 뮌헨으로 출발하는 날이다. 가져가야 할 물건 리스트는 며칠 전부터 종이에 메모해 두었고 몇 번이나 체크하면서 확인하였다. 어젯밤에 최종적으로 확인하였다. 아침에 면도기만 사용 후 캐리어에 넣으면 된다.


갈까 말까 여러 번 고민을 하였다. 유럽에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생전 처음 혼자 목발을 짚고 가는 여행이고 처음 가는 장소이다. 이번에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와 미련이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11:45분 뮌헨으로 가는 루프트한자 비행기표와 뮌헨 시내 호텔은 모두 예약을 한 상태이다. 뮌헨 시내에서 혼자 목발을 짚고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궁리를 해놓았다. 그러나 모두 혼자 궁리한 것일 뿐 현지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아침 일찍 운전을 하고 나오니 차량은 별로 막히지 않았다. 제2경인고속도로를 지나 인천대교를 거쳐 무사히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는 단기주차장과 장기주차장이 있는데 단기주차장 주차비가 장기주차장 주차비보다 비싸다. 그러나 장기주차장은 멀어서 내가 캐리어를 끌고 오는 것도 문제였기 때문에 단기주차장에 차를 세우기로 하였다. 단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번 여행을 위하여 특별히 준비한 캐리어를 끈에 연결하여 끌고 인천공항 제1터미널 안내데스크에 가서 루프트한자 체크인하는 곳이 어디인지 물으니 H카운터 쪽이라고 한다. 여행자보험을 취급하는 곳도 그 부근이라고 한다.


캐리어를 끈으로 끌고 가는데 조금 전에 안내하던 직원이 따라오면서 체크인하는 곳까지  도와주겠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다.


루프트한자 카운터에는 모두 한국인 직원이 응대하여 큰 어려움이 없었다. '휠체어서비스신청(항공사 직원이 체크인 카운터부터 비행기탑승까지 휠체어로 도와주는 서비스)을 하였다'라고 하니 조금 후 여직원이 휠체어를 가지고 나타난다. 나는 휠체어에 앉고 그 여직원이 휠체어를 밀어서 게이트 앞까지 갔다. 아직 보딩 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지라 그 여직원은 가고 나중에 보딩 할 즈음되어 다른 여직원이 나타나서 탑승절차를 도와주었다.  

나를 뮌헨으로 데려다 줄 루프트한자 항공

보딩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항공사 직원이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보딩 시간이 가까워야 직원이 나타날 것이다.    

나의 보딩 패스(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는 별도의 통로를 통하여 더 빨리 출국수속을 밟을 수 있도록 보딩패스에 별도의 딱지를 붙여 준다.)     


드디어 비행기가 움직인다. 비행기 밑에 달린 바퀴가 활주로를 긁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비행기는 사뿐히 공중에 떠오른다. 비행기가 공중에 뜰 때 내 마음도 함께 공중에 뜬다.


이번에는 어떤 흥미로운 일이 생길까?

나의 권태로운 삶에 어떤 재미난 일이 생길까?     


이번 여행에서는 이코노미 좌석보다 조금 넓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선택하였다. 앞, 뒤로 조금 더 공간이 있어 확실히 몸이 편한 것 같다. 비즈니스 석은 워낙 고가라서 엄두를 내지 못하니 이 정도라도 한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왼쪽 창가에 앉은 젊은 친구는 디자인 분야에 일하는 벨기에 사람인데 한국에는 업무차 다녀가는 길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뮌헨으로 출발 직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은 10석 이상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띄엄띄엄 비어있었다. 운항 중간쯤 승객들이 운동 삼아 복도를 오고 가면서 이코노미 좌석의 승객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와서 슬쩍 앉기도 하였다. 그것을 본 승무원은 여기는 급이 다른 곳이니 앉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비행 중 사진 (옆 사람이 찍어 주었다)

     

기내식은 2번 나왔다. 이륙 후 한 번, 착륙 전 한 번. 나는 와인도 주문하여 마시고 잠을 청하였으나 잠은 잘 오지 않는다.     

루프트한자 기내식


드디어 뮌헨 비행장에 도착하였다. 날씨는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 10여 년 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내렸을 때처럼 맑은 가을 날씨가 아니어서 아쉬웠다. 그때는 내가 생전 처음 유럽의 땅을 밟은 날이었는데 저 멀리 맑은 가을 하늘에 따스한 햇볕이 나를 반겨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때는 공무원 신분으로 내 돈이 들어가지 않는 나들이여서 더욱이 마음이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승객들이 일어나 선반 위에 있는 짐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휠체어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은 탑승할 때 맨 먼저 탑승하고 내릴 때는 맨 나중에 내리는 것이 보통 한국 항공사에서의 룰인데 뮌헨 공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드디어 승객들이 내린다. 나는 속으로 ‘휠체어서비스신청을 하였으니 직원이 오겠지’ 하면서 내리지 않고 기다렸다. 모든 승객이 내렸음에도 휠체어서비스요원이 오지 않는다. 휠체어서비스요원이 나타날 때까지 승무원들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 같으면 연락해 보고 그럴 텐데 여기는 다들 느긋하다. 20분 정도 후 남자가 휠체어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 휠체어서비스요원은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알아듣지 못하겠다. 영어를 천천히 해도 알아들을까 말까 한데 빨리 이야기하니 내가 알아먹을 수없다. 대충 알아먹을 수 있는 단어 몇 개를 들어보니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이야기 같았다.      


휠체어서비스요원은 내가 탄 휠체어를 밀고 일반 승객과는 다른 통로로 빨리 움직인다. 입국 심사도 간단히 한다. 이런 것은 좋네! 나는 휠체어서비스요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팁 10유로를 건네주었다. 상아색 벤츠 택시를 탔다. 여기는 택시도 밴츠네! 아랍계로 보이는 운전기사에게 호텔 바우처를 보여주니 목적지를 대충 아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면서 운전기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내가 아는 단어 몇 개 만으로 대충 대화가 되었다.


내가 예약한 호텔은 뮌헨 중앙역 부근에 위치해 있다. 처음 가는 도시라 교통이 편리할 것 같은 장소로 정하였다. 뮌헨 공항 도착시간이 뮌헨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40분이니 택시가 시내로 들어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뮌헨 중앙역 부근에 온 것 같은데 좁은 길을 가다가 좌회전, 우회전을 반복한다. 운전석 위로 설치되어 있는 메타요금기를 보니 80유로 정도였든 것이 어느새 90유로가 넘는다. 나는 100유로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고 실제 비슷한 비용이 나왔다. 그날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였을 때는 밤이었다.

 

뮌헨 공항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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