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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 Aug 31. 2024

뮌헨 미술관은 한가해서 좋다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거리를 거닐다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는 오래된 건물로 보였다. 알테 피나코테크 (Alte Pinakothek)는 '오래된 회화관'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오래된 회화관이라고 하여 고대까지 시기를 거슬러가는 것은 아니고 중세 시대 정도로만 생각하면 되겠다. 뮌헨에는 이외에도 인상파 미술을 소장한 노이에 피나코테크(Neue Pinakothek), 현대 미술을 소장한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 그리스의 조각품을 소장한 그립토테크(Glyptothek)가 모두 모여 있어 한꺼번에 방문하기 좋다.


알테 피나코테크 입구


알테 피나코테크 현관에 들어가서 신분증을 맡기고 휠체어를 빌렸다. 점심때가 지나 무언가로 배를 채워야 하길래 레스토랑의 위치를 물었다. 흑인 안내원이 응대하는데 ‘레스토랑에 접근하기 위하여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계단이 10개 정도 보이길래 나는 휠체어를 계단 밑에 세워두고 목발을 짚고 올라가기로 하였다. 목이 마르고 허기가 져서 레스토랑에는 꼭 먼저 들러야 했다. 혹 휠체어를 사용하는 방문객은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방문하기를 권한다.



레스토랑의 메뉴는 별로 다양하지 않다. 메뉴판은 독일어로 되어 있어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별생각 없이 선택한 메뉴가 치즈와 야채 이파리 몇 개 들어간  밀가루 반죽. 가격은 5유로.  밀가루 반죽은 버쩍 말라비틀어진 나무 판데기처럼 생겼고 맛도 없는데 두 조각이라 쓸데없이 양은 많네! 점심을 때워야 하므로 억지로 꾸역꾸역 입에 넣었으나 결국 한 조각을 남겼다. 물한 잔을 달라고 하니 희한하게 물은 공짜였다. 독일 와서 물을 공짜로 먹은 것은 처음이다. 비싼 물을 공짜로 마실 수 있는 기회다 싶어 물을 한잔 더 마셨다. 일반 식당에서 파는 물은 병으로 되어 있지만 여기서 주는 물은 정수기의 물을 담아 주는 것이므로 무료인 것 같다.


친절을 베푼 여종업원에게 팁으로 몇 유로를 주었더니 매우 좋아한다.(팁을 준 덕분인지 나중에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마음 편하게 공짜로 물 한 잔 더 얻어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미술관 구경을 나섰다. 미술관 1층(독일에서는 0층)에는 두 명의 안내원이 있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였다. 그곳에서는 ‘엘리베이터’라는 용어보다는 ‘리프트’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았다. 리프트를 타고 한 칸을 올라가 긴 복도를 지나는데 복도에는 여느 미술관처럼 미술관의 도록이나  goods를 파는 코너가 있었다. 알테 피나코테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전부 실은 도록에 욕심이 났으나 무거운 짐이 될 수 있고 사놓아야 내가 언제 그 책을 보겠냐는 생각이 들어 사지는 않았다. 기념품 코너를 지나 다시 한번 리프트를 타고 내리니 전시장에 도착한다. 리프트가 없는 옛날 건물을 개조하여 리프트를 설치한 건물이라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는 하였으나 계단을 거치지 않고 전시장으로 연결이 되었다.


2층(독일에서 1층으로 표시)에 전시된 작품이 방대하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있는 작품도 제법 눈에 띄었다. 관람객들이 많지 않아 좋았다. 곳곳의 코너에는 지키는 직원이 있었는데 대부분 중동지역 사람이거나 흑인이었다. 뮌헨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전시실을 지키고 있는 직원들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영어를 모른다며 말문을 막아버린다. 정말 영어를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귀찮아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약간 답답하기도 하였으나 그들의 진중한 태도 또한 존중해야 한다. 그들은 오로지 관람객이 작품에 손을 대는지, 시끄럽게 소음을 내는지에 대하여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미술관 안의 관람객들은 띄엄띄엄 있어 한가로워 좋았다. 차근차근 살펴보려면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 일전에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을 간 적이 있는데 거기에도 사람이 없어 좋았다. 그곳에서 마치 나 혼자 미술관 전체를 전세 낸 것처럼 혼자 어슬렁어슬렁 다닌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미술관이 좋다.  


파리의 루브르처럼 수많은 인파를 헤집고 멀치감치서 손바닥만 한 모나리자를 보고 허겁지겁 나오는 그런 미술관 구경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10여 년 전에도 루브르나 바티칸 미술관에서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코로나가 종식된 지금은 아마 사람들이 미어터지지 않나 싶다. 루브르나 바티칸 미술관  방문은 대부분의 여행상품에 포함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붐비지만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미술관은 일부러 보러 오는 사람만 방문하기 때문에 한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로 그날 알테 피나코테크에서 여행사 가이드가 인솔한 팀을 본 적이 없다.




                                    프랑수와 부셰의 퐁파두르 부인


미술관을 둘러보던 중 어디선가 눈에 익은 그림이 보인다. 이때는 휴대용 백과사전인 스마트폰을 꺼내 000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잽싸게  알려 준다. 프랑수와 부셰라는 작가가 그린 '퐁파두르 부인'. 그녀는 프랑스 루이 15세의 애첩이라고 한다. 그림 속의 그녀는 미모뿐 아니라 제법 기품도 있어 보인다. 아니 왕이 애첩을 두었다? 애첩이라는 단어는 그리 건전한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왕도 후궁을 두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왕이 후궁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프랑스 왕이 애첩을 두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인 들 덕분에 배운 신조어 '내로남불'이 생각난다. 나도 모르게 정치인을 닮아 '내로남불'의 사고방식에 젖어드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나라와 달리 애첩의 초상화를 대문짝만 하게 그려 널리 후대로 남기는 것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것 같다


라파엘리노 델 가르보의 피에타

                                                    

 

산드라 보티첼리의 피에타


피에타(죽은 예수를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 그림도 보인다. 산드라 보티첼리, 라파엘리노 델 가르보. 중세미술에서 피에타는 자주 등장하는 테마이다. '피에타'라는 것이 고유명사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약간 유식하고 나서야 그것이 고유명사가 아니라 '죽은 예수를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피에타는 바티칸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이다.





                                          루벤스의 성프란치스코의 초상화


루벤스의 성프란치스코 초상화 작품에는 해골을 들고 있는 수사의 모습이 보인다. 모든 삶은 헛되고 죽음으로 이른다는 바니타스 계열의 그림으로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카네이션을 든 성모 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워낙 유명하고  다방면에서 천재적인 사람이다. 그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의 3대 화가로도 알려져 있고 회화 분야에서는 우리에게 '모나리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그린 성모 마리아는 처음 본다.



                                                   라파엘로의 카니자니 성가족      


라파엘로의 작품에서 성모 마리아는 자주 등장한다. 그의 작품에서 왼쪽 여자는 마리아의 사촌 엘리사벳이고 그녀가 안고 있는 아이는 성 요한이다.  




틴토레토의 비너스와 마르스를 동시에 불시에 덮치는 불카누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



                                       알브레히트 뒤러의 모피를 입은 자화상    


 나를 뚝심 있게 노려보는 독일의 대표적인 화가 뒤러도 보인다.  

                        

     안젤리코의 십자가에 매달린 성 코스마스와 성 다미아노의 순교, 십자가형과 돌팔매 형으로부터의 구조


안젤리코는 본인이 카톨릭 수사인 만큼 그의 그림은 보기만 해도 저절로 신앙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성스럽다. (그의 그림에서는 사람들 머리 위로 보이는 후광이 특징이다)


이런 미술관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돌아가서 성당 부근의 거리를 거닐거나 그리스 신화시대로 돌아가 신들을 만나게 되는 착각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런 시간여행이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다. 바로크니 어쩌구 하는 미술사조를 몰라도 좋다. 그림을 보면서 당시의 역사나 문화를 엿보는 것만 해도 좋다.

     

알테 피나코테크를 다 보고 나서 노이에 피나코테크를 관람하려고 직원에게 위치를 물으니 리모델링 공사를 하느라 관람이 안된다고 한다. 하필이면 공사 기간 중에 내가 오다니! 혹 뮌헨의 미술관을 방문하실 분은 나중에 노이에 피나코테크가  리모델링해서 재단장한 후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그런데 노이에 피나코테크에 소장된 작품 중 일부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임시 전시실이 있다고 하여그것만이라도 보기로 하였다. 임시 전시실 장소는 아까 점심을 먹으러 계단으로 올라간 2층 레스토랑을 마주 보고 있는 왼쪽에 있는 공간이었다. 임시 전시관에는 작품이 많지는 았았으나 책에서 본 적이 있는 작품이 몇 개 보였다. 에곤 실러나 클림트의 작품은 워낙 독특한 터라 금방 눈에 띄었다. 렘브란트, 쿠르베의 작품도 보였다. 노이에 피나코테크가 재단장하여 오픈하면 다시 한번 방문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알테 피나코텍의 앞마당.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빅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30분경.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10시 30분이니 잠자리를 준비할 시간이다.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는 않다.  조금 후 빅버스가 도착한다. 내가 버스 앞문 쪽으로 타려고 하니 운전기사는 버스 앞 쪽을 아래로 기울여 내가 편하게 승차하도록 해주었다. 이래서 나는 빅버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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