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re Jan 24. 2024

 뮌헨 시립박물관에서  

독일스럽다

뮌헨시립박물관은 독일스럽게 직사각형의 건물이고 딱딱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라면 좀 더 ‘아트’스럽게 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건물 입구도 좀 세련되고 부드럽게 지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고 무슨 관공서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뮌헨 시립박물관의 전경

창구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딱딱해 보이고 부드러워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이라서 그럴까, 아님 독일 사람이라서 그럴까,  입구에 들어가니 티켓을 끊는 곳도 동사무소 접수창구처럼 생겼다.   

  

대부분 유럽의 박물관에서는 보행이 불편한 관람객을 위하여 휠체어를 비치하고 있다. 나는 창구에 근무하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여자 직원에게 물었다.     

“휠체어가 있나요?”

그런데 그 여자 직원은 무슨 말인 지 알아먹지 못한다. 내 영어 발음이 시원치 않아서일 게다. 다른 젊은 남자 직원에게 물으니 그는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 검색을 하더니 휠체어 사진을 검색해 보여 주며 ‘이런 것을 원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 센스 있는 남자직원에게 웃으며 ‘yes’ 하였다.          


잠시 후 그 남자 직원은 아주 튼튼해 보이는 휠체어를 가져왔다. 일전에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에서 휠체어를 빌린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아주 튼튼한 휠체어를 가져온 적이 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비치된 휠체어는 모두 끝내주게 튼튼하다.


뮌헨시립미술관은 3층까지가 전시관이었다. 독일에서 3층은 한국에서 말하면 4층이다. 독일에서 ground층은 한국에서 1층이다.  

   

1층은 뮌헨의 옛날 모습을 그린 회화, 옛날 남녀의 의상, 집기류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뮌헨의 옛 모습을 그린 그림(저 멀리 쌍둥이 탑의 프라우엔교회가 보인다)

1층 오른쪽을 구경하고 나오니 건너편에도 공간이 보이는데 무슨 카페 같이 꾸며놓았다. 들어가 보니 커피를 파는 카페는 아니었다. 벽에는 옛날 한국의 다방처럼 실내 인테리어를 한 듯한 분위기로 사진, 그림 등으로 장식해 두었다.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중동계 사람인 듯한 여자 직원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잘 모른다며 응대를 하지 않으려 한다. 진짜 영어를 몰라 그러는지, 아는 내용이 없어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다른 층에 있는 직원들도 전시장에서 자리를 지킬 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카페 같은 전시장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나를 본 옆의 독일인인 듯한 중년 여인이 나에게 제대로 답을 해주었다. 그 중년 여인은 ‘여기는 60-70년 대의 카페에 관한 분위기를 꾸며놓은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 중년 여인은 나이도 나와 비슷해 보였고 아마 젊은 시절 나와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랐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벽에는 ‘Scorpions’ ‘Uriah Heep’ ‘Black Sabbath’ 같은 60~70년대에 활약했던 Pop-Group 들의 포스터가 잔뜩 걸려 있었다. 동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만이 동감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아, 여기서 싱어의 보컬이 시원하게 터지는 독일 그룹 Scorpions의 'Holiday'를 들으면 기분이 째질 것 같은데 아쉽다.

카페같이 꾸며놓은 전시관
옛날 팝그룹의 포스터

 2층에는 비구상 작품들도 구성되어 있는데 영어로 된 설명도 없고 무슨 작품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뮌헨이 형성된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과 설명이 있고, 3층에는 조형물과 인형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잘 이해하기 어려운 설치 미술품이 많았다. 사진 박물관, 영화박물관도 있었다. 생각보다는 방대한 양이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관람을 하지는 못하였다                    


사진을 보여주는 코너도 있었는데 동성연애에 대한 사진도 보였다. 독일이라는 나라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도 보호하고 이런 부분에서 관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맞긴 맞구나.

뮌헨의 전통복장

                                                          

                                                       사진 및 인간 군상등 조형물, 인형등


뮌헨시립박물관은 나 외에는 한두 명의 방문객을 있을 정도로 사람이 뜸하였다. 전문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권장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마치 오래된 물건을 잘 보관하고 있는 관공서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전 05화 나치의 흔적을 접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