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 왔으니 화려한 님펜부르크 궁전(Schloss Nymphenburg)에도 가봐야 한다. '님펜부르크'라는 단어는 발음이 쉽지 않아 금방 익숙해지지 않는다. 님펜부르크 궁전은 바이에른 왕국의 통치자였던 비텔스바흐 왕가의 여름 별궁이라고 한다. 명칭 중 Nymph는 '요정'의 의미라고 하는데 실제 궁전 모습도 요정이 살 것 같이 이쁘게 지어졌다.
이 궁전으로 가기 위하여 내가 자주 이용하는 Big Bus를 타기로 했다. Big Bus의 두 가지 노선 중 뮌헨 외곽까지 운행하는 노선의 티켓을 끊었다. 이 노선의 종점이 님펜부르크 궁전이다.
버스를 타고 님펜부르크로 가는 길에 창 밖으로 멋진 건물들이 보인다. 세계 대전 뮌헨 역사관, 글리프토텍크 등.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이런저런 낯선 풍경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뮌헨에 와보니 볼 것도 많네, 뮌헨 10여 일 동안의 여정이 짧게 느껴졌다.
어떤 날은 버스를 잘못 타서 엉뚱한 곳에 내려 시간을 허비한 경우도 있었고,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오려고 오후 5 경이되면 숙소로 돌아올 생각을 해야 하니 돌아다닐 시간이 많지 않았다. 뮌헨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지방이라 확실히 밤이 빨리 찾아온다. 내가 방문한 계절이 가을이었으니 낮이 짧아지기도 했다.
세계 대전 뮌헨 역사관(1,2차 세계대전에 관한 자료)
글리프토텍크(Glyptothek, 그리스 조각품 소장)
안티켄 잠룽(Antikensammlung, 고대 미술품 소장)
님펜부르크 가는 길 옆을 흐르는 개천
동남아 사람들의 행렬
버스 창밖으로 풀피리 같은 소리가 들린다. 창밖을 보니 어느 동남아 지역 사람들로 보이는 행렬이 무리를 지어 가고 있다. 그들은 전통옷을 입고 있다. 일행 들 중에는 아이들도 있다. 남자들은 장구 비슷한 것을 두들기고, 여인들과 아이들은 머리 위로 부채 같은 것을 흔들며 몸을 흔든다. 나도 이방인이고, 저들도 이방인일 텐데 저들은 고단한 삶을 이렇게 달래고 있을까, 뮌헨에서 아시아 사람들의 행렬을 보는 것은 이채롭다.
빅버스는 뮌헨 시내를 이리저리 지나 님펜부르크 궁전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유럽 왕족의 별궁이라는 것이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크다. 너무 넓어서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목발을 짚고 다니느라 어깨에 무리가 갔는지 오른쪽 어깨가 쑤신다. 독일 항공 루프트 한자 측에서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면 수·전동 휠체어를 가져와서 편하게 돌아다닐 텐데 생각을 하니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가까운 곳에 레스토랑이 있으면 거기서 점심이나 먹고 그냥 멍 때리기나 하다가 다시 Big Bus를 타고 돌아가기로 하였다. Big Bus 운전기사에게 물어 레스토랑의 위치를 찾았다.
님펜 부르크 궁전
님펜 부르크 궁전
레스토랑은 궁전 건물의 부속건물 같은 곳을 개조한 듯했다. 레스토랑 안은 어두웠다. 마치 유럽의 렘브란트나 고흐의 어두운 실내를 그린 그림을 보는 듯했다. 일부러 조명을 어둡게 했을까, 아니면 원래 건물을 원형대로 보존하기 위하여 가급적 개조하는 공사를 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이 레스토랑에 앉아보니 제법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음 직한 사람들이 보인다. 다들 조용하고 점잖다. 내가 머물고 있는 뮌헨 중앙역 인근의 동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뮌헨 중앙역 인근에는 흑인, 중동 사람들이 주로 보이는 반면 님펜부르크 궁전 식당에는 남자 종업원만 중동 사람인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는 모두 정통 게르만 사람인 것 같았다. 여기는 관광객들이 단체로 오는 그런 장소는 아닌 것 같다. 조금 전에 들어온 두 명의 중년 여성들은 얼핏 봐서 귀족 출신인 것처럼 보인다. 옷차림새며 말하는 분위기를 보면 소위 때깔이 틀리다. 뮌헨이라는 도시가 잘 사는 동네라고 하던데 맞긴 맞는 모양이다.
여기 음식 값도 다른데 비하여 조금 비싸 보였다. 남자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온다. 내가 아는 음식만을 주문할 수밖에 없어서 슈니첼을 주문하기로 하였다. 슈니첼은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돈까스'라고 보면 된다. 모르는 메뉴를 주문하였다가 망할 수도 있으니 아는 메뉴를 선택하는 할 수밖에. 물론 마실 것도 별도로 주문하여야 하므로 물도 주문하였다.
슈니첼 가격은 36유로. 한국 돈으로 5만 원 정도이다. 슈니첼은 두 덩어리였고 고기는 입맛에 맞았다. 슈니첼을 맛있게 먹고 앉아있는데 종업원이 계산서를 가져오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식당에서 매너상 종업원을 부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종업원이 알아서 온다고 하여 기다리는데 도대체 종업원이 바쁜지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결국 내가 계산을 하겠다는 눈치를 주어 계산서를 가져오게 하였다. 종업원은 현금으로 할지 카드로 할지 묻길래 카드로 계산하겠다고 하였다. 소지하고 있는 유로화가 얼마 남지 않아 카드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계산하면서 종업원에게 ‘small tip’이라고 하며 2유로를 건네니 좋아한다.
님펜부르크 궁 레스토랑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주인장이나 됨직한 사람에게 님펜부르크 궁전을 관람할 때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그것은 모른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님펜부르크 궁전 구경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다음을 기약을 하고 사진이나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