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스를 타다.
오늘은 빅버스 투어를 하기로 했다. 빅버스란 시티투어버스의 일종이다. 베를린 중앙역 뒤에 위치한 광장 부근에서 출발한다. 2 day Ticket을 끊었다. 빅버스 홈페이지는 한국에서도 미리 접속하여 코스를 살펴볼 수 있다. 내가 관심 있는 장소에서만 내려 슬슬 구경하다가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 하루 만에 시내구경을 다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이틀에 걸쳐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빅버스가 정차하는 모든 곳에 하차할 수는 없고 몇 군데만 하차하기로 했다.
첫 번째 정류장은 카이저 빌헬름 교회. 세계 제2차 대전으로 폭격에 불에 탔으나 역사적인 교훈의 의미로 파괴된 상태로 보존한다고 한다. 정차 시간은 20분. 버스가 정차한 곳은 좁은 인도옆이었고 휠체어가 내릴 수 있는 경사로를 깔아주기에는 폭이 좁아 버스가 한번 앞으로 움직여야 했다. 일단 하차하였으나 시간 상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버스에 승차했다. 다음은 포츠담 광장인데 별로 볼 건 없고 넓은 광장에 찬 바람만 불어서 사람도 별로 없다. 다음 내린 곳은 체크포인트 찰리
동서독이 분리되어 있을 때 이를 지키는 관문이었고 검열이 있었다는 장소인데 역사적 의미만 있었고 별로 볼 것은 없었다. 관광객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관문소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근의 벽에는 이들의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는 많은 사진과 설명이 있었는데 자세히 볼 시간은 없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하여 마땅한 식당을 찾았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점은 햄버그니 피자니 이런 음식인데 질려서 그런 음식은 내키지 않는다. 한식집이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나오겠지만 찾아가는 것도 문제. 이럴 경우 가장 마땅한 것이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 식당이다. 베트남 식당이 보인다. 일단 들어가서 화장실이 Barrier free인 줄 먼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연어가 들어간 비빔밤 비슷한 메뉴를 선택, 먹을 만하다. 한국 사람은 역시 밥이 들어가야 한다.
다시 빅버스를 타고 알렉산더 광장에서 Big Bus의 다른 노선인 Blue-Line으로 갈아타고 유명한 벽화거리 East side Galery로 가다. 이 버스는 15분 후에 출발하고 다음 차는 1시간 후에 온다고 하니 이 차로 그냥 돌아오고 차후에 와서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베를린 중앙역 뒤편 슈프레 강가에서 유람선이 오고 가는 풍경을 보면서 참으로 평화로움을 느꼈다. 휠체어를 타고 슈프레 강가를 한참이나 돌아다녔다. 5월의 햇살은 적당히 따사로웠다. 베를린은 무언가 사회적으로 정리가 잘 된 도시였고, 시민들도 모두 정통 게르만 족의 자부심을 가진 듯 선진국 시민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