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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은 Jul 04. 2024

모든 게 아픔투성이었어.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씩 약을 먹기 시작했다. 감기나 위염에 걸렸을 때 이주씩 약을 챙겨 먹는 것도 번거로운 일인데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모르는 이 약을 먹어야 할 생각에 막막했다. 하지만, 살기 위해 먹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점점 무너지는 걸 보면서 더 이상 나를 가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정식으로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든 생각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고민이 자주 들었다. 나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복한 일이 참 많았다. 사랑하는 가족 모두 건강에 별 탈 없이 살아왔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항상 의지하고 힘을 주며 즐겁게 지냈으며, 중간중간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한동안은 반려견과 삶을 보내며 나의 삶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만큼 아픈 일도 많았다. 브런치북 첫 화, 첫 문단에 적었듯이 삼십여 년이라는 시간이 평탄하지 않았다. 행복하게 살면 꼭 누가 시기라도 하듯 내 삶에 불행이 찾아왔다. 즐겁게 지내다 보면 누군가가 막기라도 하듯 아픔이 들어섰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유독 아픔이 강하게 찾아올 때마다 나 자신이 안쓰러워 보였다.


어렸을 때는 환경이, 10대 때는 친구가, 20대 때는 사회와 사랑이 나를 짓밟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거라며 세상을 원망했다. 


또 하루는 모든 게 다 내 잘못 같았다. 내가 좀 더 용감했더라면, 지혜롭게 행동했다면, 다른 이를 너무 사랑하기보다 내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했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한다. 그럼 내가 갑자기 어두워 보인다. 거울 속 점점 찌그러지는 나를 보며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최악의 사람이다.’라며 온갖 자학적인 말을 뱉어낸다.


상담사에게 이런 말을 뱉으면 이성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며 설명한다. “이건 전혀 이은 씨 탓이 아니에요.”, “그 상황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정말 좋지 못한 사람이네요. 이은 씨가 상처받는 게 당연해요.”라고.


그럼 괜히 좀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결국 내 머릿속의 생각은 결국 돌고 돌아 ‘내 모든 건 아픔투성이었어.’라는 결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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