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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키 Jul 18. 2024

1. 모닝커피

남아로.


아침 6시 30분을 알리는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알람 소리에 깜짝 놀란 아로는 벌떡 일어나 바로 알람을 끄고, 이내 다시 침대에 대자로 눕는다.

이후 엎드린 자세로 바꾸더니 코브라 자세를 시작으로 규칙적인 복식호흡과 함께 요가를 시작한다.


그렇게 잠들어있던 몸과 정신을 깨운 후 스마트 워치를 손목에 차고 화장실로 이동한다.


아침 7시를 알리는 진동음이 스마트 워치에 울리면, 그때부터 커피 머신에 캡슐 커피를 넣고 작동버튼을 누른 후 애착 커피잔에 커피를 내린다.

모닝커피 - 아침에 무조건 블랙

마음 같아서는 커피 원두를 직접 갈아 내려 마시고 싶지만, 출근을 해야 하는 근로자에겐 그럴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아로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앉는 의자가 있다.

그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뉴스채널을 시청한다.


30대 중반까지는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종이신문을 읽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움직이는 화면 뉴스가 더 이해가 잘 되고,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는 오디오북의 소설이 몰입도 더 잘 된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그렇게 라디오 드라마 얘기를 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은 요즘이다.


스마트 워치가 아침 8시를 알린다.

그제야 아로는 간단한 아침을 먹어가며 머리를 만지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한다.


이것이 아로의 [아침 루틴]이다.





"너의 아침 루틴은 뭐니?"

지난주 아로가 Q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나? 어...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누워 있는데... 배가 고파야 일어나게 되더라고".

Q는 한치의 꾸밈도 없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아로와 Q는 집안 어른들의 소개로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동갑내기 커플이다.

아니 이젠 -이었다- 로 바뀌었다.


어제가 Q에게 이별을 고하고, 쿨하게 헤어진 날이었다.


아로는 스무 살 때부터 현재까지 애인이 없던 공백기는 없었으며, 35세 이후부터는 결혼을 전제로 남자를 만나 왔지만, 대부분 그녀에게 [루틴]을 잘 설명하지 못하여 헤어짐을 당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Q도 그러했다.

아로에게 루틴을 그것도 [아침 루틴]을 잘 설명하지 못하였다.


아로에게 있어서 결혼을 결정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상대방의 루틴이었다.


Q는 직장인은 아니었으나, 부모에게 일찌감치 물려받은 3층짜리 오래된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를 받고 생활하고 있는 건물주였다.

그것이 Q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그들의 결별 소식을 접한 집안 어르신들은 안정적인 건물주의 아내가 될 기회를 루틴인지 푸틴인지 때문에 날려버린 아로를 이해할 수 없었고, 깐깐한 노처녀를 누가 데려가겠냐며 혀를 찼지만, 그런 반응들에 익숙한 듯 무반응으로 대응하는 남아로다.

나는 78년생 말띠 여자다.
앞으로 선자리가 들어올까 싶기도 하지만,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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