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후유증
2019년 10월 3일 나는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내가 일하던 레스토랑 사장님의 대학 출신이 내가 가게 되었던 학교였다.
그 사장님과 같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단하나였다
'나도 이 사람처럼 요리를 잘하고 싶다'
그 사장님은 내가 여태 본 사람 중 '요리'라는 본질을 매우 잘 알고 있었고 그 사람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결국 그 사장님과 오랜 시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냉정했으며 열정만으로는 타지에서 버티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어린 시절 공부를 그리 열심히 했던 학생이 아니었던 터라 나에게 영어는 매우 높은 산이였던 것이었다.
유학을 떠나기 전 2년이란 시간 동안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시험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호주로 가는 순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있었다.
그곳은 문화, 인식, 라이프 스타일 모든 것들이 한국과는 달랐다.
물론 유학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초반에는 원래 많이 힘들어'
이런 말을 많이 들으며 스스로 위안을 했지만
호주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외롭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생활이 되어 버린것었다.
물론 힘든 경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보지 못했던 환경과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들로 인해 많은 것을 느꼈던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호주로 가지전 나 스스로 다짐하고 각오했던 것보다 그곳은 매우 치열했고 힘들었다.
호주로 도착했던 첫날 우연히 알게 된 한국 사람을 통해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내전 공은 양식이었지만 그곳에서 일자리 구하는 게 쉽지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국식당에서 먼저 일을 하기 시작했었다.
참 신기했던 일은 한국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주방에는 호주인 2명이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외국인 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나를 환영해주었고 걱정했던 거와 달리 쉽게 내가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이 일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국인이
나를 많이 싫어했던 거 같았다.
나는 금세 그 식당의 정치판 중간에 서있게 되었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며 누군가 나를 싫어할까 노심초사하는 성격을 가진 나는
그곳에서 일하는 게 너무 힘이 들고 심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도망치기 싫었다.
만약 이러한 문제로 내가 도망치고 회피한다면 나는 어느 곳에서도 살아남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나를 그 힘든 곳으로 내몰았다.
그러다 결국...
자신감을 많이 잃고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토록 내가 원하고 고생해서 들어간 학교조차 내가 따라가기에 너무나 벅찼고 버거웠다.
그 당시 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미웠으며 내가 너무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에 너무 분했다.
나는 지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3남매 중 아들로서 부모에게 누나들보다 뛰어난 것이 없었으며
항상 부모님에게 마지막 숙제거리였다.
어쩌면 유학을 가겠다는 결정이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여태 제대로 보여 주 못한 것들을 한 번에
만회하려는 마음 또한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여기서도 내가 실패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부모님을 볼 자격조차 없어'
라는 마음이 그나마 내가 호주에서 버틸 수밖에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한국에서 몇천 킬로 떨어진 타지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의지를 하지 못한 채 매일 긴장을 하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코로나라는 질병이 세계적으로 퍼졌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하늘에 뜻인지 몰라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나는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우울증.. 이였다.. 거기다 대인 기피증까지 같이 찾아온 상태였다.
한국에 있는 시간 동안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고 치료도 하며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을 했다.
나... 다시 돌아가야 되나..?
그 생각이 나를 미치도록 만들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결국 우울증 증세가 심해져 지금은 유학을 포기한 상태이다.
나에게는 유학을 포기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유학을 포기하기에는 여태 노력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살아지는 기분이고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기대한 부모님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리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었다...
아니...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그런 선택은 하기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대화를 하다 오열을 해버렸다..
그런 모습 보이기 싫었지만 나도 모르게 엄마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린 것이다...
결국... 유학을 잠시 포기하자는 결정이 내려졌고...
나는 아직도 부모 앞에 당당하지 않는 아들로 살고 있다..
여태 살아가면서 실패라는 결과가 나에게는 무수히 많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성공적인 결과보다 실패라는 결과가
오히려 당연시받아들여져 버렸다.
그러나 이번에 유학의 실패는 그 어느 때의 실패보다 나를 아프게 했고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하게 되었다...
유학을 포기했다고 해서 내 마음이 절대 편하지는 않았다.
한동안 내 마음속 한편에서는 계속 나에게 이러한 말을 했었다.
'거봐 너또 실패했잖아'
'너는 왜 그래? 왜 버티지 못했어?'
'너는 결국 그냥 그렇게 나약한 사람인 거야'
이런 것들이 나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라는 것은 나 또한 잘 알고 있었지만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더라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인생 끝났어?'
그물음에는 나는 '아니'라고 답을 했다.
나는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남들보다 그저 방황을 많이 했다고 말이다.
후유증이 끝나갈 무렵 다시 새로운 길이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나에게 찾아오겠지
라는 마음을 가지며 천천히 나를 돌봐주기로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을 미워해 봤자 바뀌는 것도 내생 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실패한 후에 자신에 대한 실망감, 죄책감, 절망감, 좌절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일을 열심히 하다 잠시 삐끗하여 실패를 할 수 있다.
그럼 충분히 아파해라.
하지만...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그저 성공을 하기 위해 잠시 실수를 한 것뿐이니 너무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이 아무리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위로를 해주더라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위로를 해주지 않으면 마음에 병은 쉽게 찾아온다.
그러니 실패를 한 후 충분히 아파하고 그 후 자기 자신을 잘 돌봐줘라.
마치 엄마가 자식을 잘 돌봐 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