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를 받는 날은
묘하게 조용하다.
아픈 곳은 없는데
종이에 적힌 몇 줄의 문장이
마음을 먼저 흔든다.
''이상소견''이라는 단어처럼.
처음 결과지를 보면
사람들은 숫자를 하나씩 따라 내려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그 옆에 적힌 말들이다.
재검.
추적관찰.
상담 권고.
이 말들은
“지금 당장 아프다”는 뜻이 아니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이상소견은
몸이 고장 났다는 선언이 아니다.
그보다는
생활이 조금 기울어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잠을 못 잤을 수도 있고
전날 술 한 잔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혹은 그냥
잠깐의 피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확정 대신 확인을 먼저 말한다.
결과지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가볍게 넘기지도 말고
너무 무겁게 짊어지지도 말라는 것.
건강검진은
불안을 주기 위한 종이가 아니라
조금 더 오래 잘 살기 위한
안내서에 가깝다.
다음 검진까지
조금 더 걷고
조금 덜 무리하고
조금 더 나를 살피면 된다.
결과지는
나를 혼내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말해줄 뿐이다.
“지금은 이 정도야.
조금만 신경 쓰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