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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중입니다 3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 28일 차

by 은혜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채식주의자' 책을 바로 구입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작은 사이즈의 이 책은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촌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오빠, 채식주의자 책이 잘 안 읽혀. 잘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원래 잘 안 읽히는 거야. 쉽게 읽히면 노벨문학상감이 아니지"


사촌 오빠와 전화 통화 후, 나는 한강 작가의 시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한강 작가의 시집에서 '괜찮아'라는 시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는 한강 작가와의 공통분모 덕분인가 보다. 큰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매일 밤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울어대서 내 애간장을 다 녹이곤 했었다.


앗! 설마 내가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 파라서, 채식주의자 책이 잘 안 읽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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