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는 당신의 역사기록지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니 가끔 우리 회사 직원들의 이력서를 볼 경우가 생긴다. 내가 따로 찾아서 보지는 않지만, 업무 상 경력사항, 기술등급, 자격증 보유 유무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보는 경우다. 이력서를 보다 보면 화려한 이력서가 가끔 보인다. 내가 화려하다고 하는 말은 경력사항에 엄청 많은 사항들이 적혀있는 경우다. 정말 많은 회사를 왔다 갔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이력서를 보면, 속된 말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력서가 왜 이렇게 지저분해!"라고 말이다.
이력서가 지저분하다는 말은 느낌 그대로 좋지 않다는 말이다. 이 회사에서 조금, 저 회사에서 조금씩 일을 하며 이력서의 경력란에 내용은 많지만 결국 의미가 없다. 분야가 공통되기라도 한다면 이해라도 하지만, 업무가 전혀 다른 회사들의 조합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 당신이 회사 인사팀이고 그런 이력서를 보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와, 이 사람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이 사람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을 할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직장생활 20년을 넘게 했지만, 이력서가 지저분한 사람들이 좋게 보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력서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지는 당신의 역사 기록서이다. 조선왕조실록처럼 왕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인생이 인생의 발자취를 남들이 볼 수 있는, 아니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하나의 나의 기록지이다.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꼭 이런 말을 한다. 혹시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두고 정말로 네가 원하는 업종에 취업을 하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신에게 맞지 않은 분야의 업무로 아주 짧은 경력을 쌓는 것보다, 조금 늦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분야의 업무를 하면서 경력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3개월 일하고 이직해서 또 5개월 일하고. 이런 이력서는 사실 이력서에 쓰면 마이너스만 된다. 그만둔 이유가 자신 때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력서를 보는 사람은 그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편견 없이 이력서를 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열심히 업무에 적응시키고 일도 가르쳐 주고 있는데 갑작스레 퇴사를 하는 사람들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가끔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잘해주지 마. 나중에 남아있는 애들한테 일 알려주면 돼."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 역시 공감은 하지만 그렇다고 안 알려주면 또다시 퇴사하는 악순환이 되는 경우가 생기기에 최대한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 한다. 하지만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원들을 교육시킬 때 꼭 그런 말은 하는 것 같다.
신입사원의 경우는 그래도 낫다. 앞으로 이력서를 잘 만들어나가면 되니깐. 문제는 이제 경험이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좋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같은 업종에서 조금씩 조금씩 더 큰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라면 회사에서는 당연히 반길 수밖에 없다. 어디를 가도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말이 자기소개서를 보지 않아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사람들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지저분한 이력서는 유사 업종, 업무의 연속성과 같은 중요한 부분들을 찾아볼 수 없다. 자동차 제조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인터넷 통신사에서 업무하고 또다시 의약 영업을 했다는 이력서를 보면 도대체 이 사람의 전공은 무엇이며 어떤 업무에 적합할지 알 수가 없다. 이력서라는 것은 나를 알리기 위한 수단인데 나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모르게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업무를 하면서 책임자로 이력서에 반영되었을 때 경력이 2개월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경험이 있으며, 나를 대신해 책임자로 선정된 분의 이력서는 너무나 지저분해서 거부당한 일도 있었다. 사실 나의 경우는 트집이었다. 분명히 경력은 되지만,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를 대신해서 이력서를 낸 분들은 줄줄이 거부당했다. 이력서가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력서에 대해 당신이 얼마나 중요성을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신입사원은 당연히 이력서보다는 자기소개서를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경력인 10년 넘어가면서부터는 자시소개서보다는 이력서가 더 중요하다. 자기소개서는 거짓을 쓸 수 있지만, 이력서는 거짓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력서, 자신의 역사를 잘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한 우물을 파는 것이다. 업종이 되었든 업무가 되었든 한 우물만 파야한다. 만약 반도체 관련 업무라면 이직을 하더라도 당연히 반도체 관련 업종으로 이직을 하여야 한다. 반도체 경력이 있는 사람이 갑작스레 조선 업종에 경력을 쌓는다면 앞선 반도체의 내 경력은 포기한다는 말이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엔지니어로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갑작스레 영업으로 업무를 옮기고 하다면 같은 업종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도움이 아니라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업종이든, 업무든 한 우물을 파라. 한 우물을 파야 그 분야에서 전무가라는 말을 듣게 든다. 전문가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우물을 지속적으로 파야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경험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학창 시절 수학을 공부하던 친구 중 그런 친구들 있을 것이다. 매번 문제짐의 앞만 푸는 친구들 말이다. 책의 앞부분만 읽고 풀다가 나랑 안 맞다고 다른 책을 찾아보고 이런 행동들의 반복이다. 이런 친구들은 절대로 뒷부분에 있는 문제들을 경험할 수 없다. 회사에서 경험도 마찬가지다. 이거 조금 하다가 다른 거 조금 하고 이런 식이면 절대로 깊은 업무를 할 수 없다. 여기저기 들은 것은 많아서 말은 유창하지만 결국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 떠벌이가 될 수밖에. 내 주변에도 몇 명이 있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경험도 많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직접 대화해 보면 아주 겉만 아는 정도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야 통하겠지만, 그 분야에 조금만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 실력이 들통난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말이 참 많다. 자신의 모자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변하면 된다. 이런저런 경험을 잘 활용하면 분명히 더 빠르게 채워갈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당신이 사업가를 꿈꾸던, 경제적 자유를 꿈꾸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 기반을 이루기 위해서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꿈들을 실현시키는 것은 1~2년으로 되지 않는다. 아주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 준비기간을 100% 확률로 조금이라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한 우물만 파는 것이다. 절대로 나처럼 한 회사에서 오래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같은 업종이라면, 같은 업무라면 더 좋은 회사를 찾아가는 것이 맞다. 단지 어떠한 이유로 이전과 연관성이 없는 길을 가지는 말라는 얘기다. 만약 이전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는 길을 간다면 그 순간은 당신의 꿈을 현실화하는 순간이다. 나의 꿈을 실현시키지도 않는 준비과정에서 연관성 없이 직업을 바꾼다면, 내 꿈을 이루는 순간이 더 미뤄질 뿐이다. 그리도 덧붙여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분산투자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 꿈도 분산 투자를 해라. 꼭 한 번에, 한 순간에 바꿀 필요 없다. 만약 당신이 한 우물을 팠다면, 어느 순간 당신은 당신은 꿈인 두 번째 우물을 파기 시작할 것이다. 한 우물을 오래 팠다면 자연스럽게 그 우물이 마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물이 마르는 시간을 길면 길수록 당신의 두 번째 우물을 더욱 손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팔 수 있다. 그것이 한 우물을 깊게 파야하는 이유다. 첫 번째 우물은 당신이 사회에 발을 내딛고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면, 두 번째 우물은 당신의 꿈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많은 우물을 파지 말아라. 너무 얕은 우물은 조금만 지나도 물이 말라 버린다. 다른 우물을 팔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한 우물을 깊게 파야만,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두 번째 우물을 팔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