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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화_마지막 홀에서 어프로치가 승부를 가르다

팀 플레이의 마지막 홀에서 어프로치가 승부를 가르다

by 나승복

팀 플레이에서 승부를 가른 어프로치 샷은 어떤 것이었을까?


2019년 늦가을 오후 1시경 이천의 한 골프장에서 가진 라운드였다.
친구, 그의 후배들과 함께였다. 친구와 필자, 두 후배들이 팀을 이루어 합산 스코어로 승부를 가르기로 했다.


이번 라운드는 지난 번 팀 플레이의 재대결이었다.
필자의 팀이 지난 번에 마지막 홀에서 한 타 차이로 이겨서 후배들이 단단히 벼려온 라운드였다.


그린피와 캐디피는 분담하되, 진 팀이 서울의 생태집에서 저녁을 내는 것이었다.
10만원 정도로서 다음 라운드를 견인하기에 적당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게임이 재대결인만큼 첫 홀부터 비장함이 감돌았다.
후배들의 눈빛엔 지난 번 석패를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불타 올랐다.


필자 팀도 질세라 위험한 플레이보다는 안전한 전략을 도모했다.

'거만(거리 만족)'한 골프보다는 '방만(방향 만족)'한 골프가 낫다는 강호 고수들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전반 9홀을 마친 후 팀 스코어를 합산했더니 동타였다.
한두 잔의 막걸리를 기울이며 담소를 이어갔지만, 내심 승부는 불타고 있었다.


후반에도 상당한 긴장 속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한 홀 한 홀 진군해 갔다.
한 타의 차이가 났다가 만회하기를 반복했다.


매 홀 집중골프로 임하다 보니 어느 새 마지막 홀에 이르렀다.
같은 스코어였으니 박빙의 경합이었다.

파4로 350m 정도였으며, 우측엔 OB 말뚝들이 희끗희끗 경고의 사인을 보냈다.

한 타가 승부를 결정짓는 상황에서 절대 피해야 할 것은 OB의 함정이었다.

필자는 페어웨이 좌측에 안착했다.

상대팀도 페어웨이 가운데로 순항했다.


필자의 친구 차례였다.

그는 페이드 구질이었는데, 약간 우측을 겨냥한 듯했다.


친구에게 에이밍을 조정하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자제했다.

골프대학에 '본대'와 '친대'가 있는데, 주말골퍼가 '본대'로 가긴 어렵다는 조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친구의 티샷 공은 티를 힘차게 출발하여 페어웨이 방향으로 날아갔다.

60~70m를 날아가던 중, 페이드 구질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측으로 휘는 각도가 점점 커지더니, 그만 OB구역으로 사라졌다.


친구는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마도 후배 팀은 은연 중에 '오비이락'(상대 팀이 OB를 내면 나머지 2인이 즐거워 하다)의 맛을 보았으리라.


[2019. 10. 필자 촬영]


장갑을 벗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는 골프 속담으로 친구를 위로하면서 화이팅을 당부했다.


친구는 130m 지점의 OB티에서 네번째 샷을 했으나 파온에 이르지 못했다.

계속된 긴장과 민폐였다는 부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상대팀의 한 사람만 파온에 성공했다. 그러나 2단 그린의 윗쪽 먼 곳에 있었다.
필자도 친구의 OB를 만회하겠다는 욕구가 큰 나머지 파온에 실패했다.


세 플레이어 모두 그린 밖 5~10m의 어프로치 샷을 앞두고 있었다.
홀은 그린 입구로부터 7~8m 지점의 2단 그린 아랫쪽에 있었다.


친구는 다행히 홀로부터 2m 지점에 붙였다. 승부홀에서 원 펏이면 더블보기로 선방할 수 있었다.
반면에, 상대팀 플레이어의 공 위치는 홀로부터 5m 지점의 2단 위였으나 상당히 심한 내리막이었다.


필자의 어프로치 샷이 막중한 상황이었다. 필히 홀에 붙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린까지 8m 남았으나, 그간의 퍼프로치 수행으로 1m 지점에 붙였다. 천만다행이었다.


상대팀의 파온 플레이어 차례였다. 쉽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사달이 났다. 2단 그린에서 내리막을 타고 흐르더니 그린 밖으로 흘러내려 가고 만 것이다.


과도한 긴장과 육중한 압박으로 너무 세게 펏을 했던 것이다.
그 팀에서 터져나온 금속성 탄식과 회색빛 푸념이 노을을 등진 그린에 퍼졌다.


이젠 어프로치로 홀에 붙여서 보기로 막아야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그의 불안감과 초조함은 내리막 펏보다 더 커갔다.


어프로치 샷을 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떨구면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뒷땅을 치고 말았던 것이다.


상대 팀은 더불보기와 보기의 아쉬움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에, 친구는 다행히 원펏으로 더블보기를, 필자는 어렵사리 파를 했다.
이번 라운드에서도 한 타 차이로 후배팀을 이기긴 했으나, 정말 힘겨운 박빙의 대결이었다.


티샷이 OB 난 상황에서도 어프로치 샷이 18홀의 승부를 갈랐다. 필자의 어프로치 샷은 다행이었고 상대의 어프로치 샷은 실수였으나, 그 결과에 미친 타격은 매우 컸다.


서울에서 생태탕에 쏘맥을 곁들이면서 희비가 교차된 마지막 홀의 긴장 상황을 떠올렸다.
후배들의 넋두리에는 석패에 대한 회한이 짙게 묻어 있었다.


주말골프에서 어프로치 샷이 이처럼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게 결정타를 날리는 승부처는 펏이 아닐까?


필자가 중요한 상황에서 펏을 놓치고 얼마나 아쉬워했는지는 아무도 모르리라.


필자가 겪은 펏의 시련담과 수난사는 어떻게 펼쳐졌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11화 파3홀에서 티샷 공이 앞팀 캐디를 향해 날아가다
_12화 아이언 생크로 생각지 않은 나락에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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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어프로치 탈출기_1화 어프로치 입스로 된통 골치를 앓다
_2화 세 가지 방책으로 어프로치 입스를 벗어나다
_3화 어프로치 샷의 거리감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하여
_4화 뜻밖의 장타에 흥분하여 뒷땅을 치고말다
_5화 팀 플레이에서 어프로치 생크샷으로 패하다
_6화 어프로치로 내리막 급경사의 버디를 맞이하다
_7화 프린지에서 어프로치 이글을 잡고 환호하다
_8화 조폭게임에서 어프로치 버디로 승자가 되다
_9화 새해 첫 라운드, 첫 홀에서 버디를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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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불안 퍼팅 탈출기 _1화 중증불안 펏의 시련과 수난사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여유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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