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라운드, 첫 홀의 동토 그린에서 버디를 낚다
“새해 첫 라운드에서 행운을 안겨준 은빛 어프로치 샷은 어떤 것이었을까?”
2020년 1월 중순 남수원CC에서 가진 새해 첫 라운드였다.
지인이 장성으로 전역 후 마련한 자리였다.
1월 중순인 데다 티오프 시각이 오전 8시경이어서 엄동의 한기가 거세게 밀려왔다.
혹한기 훈련 마인드로 임했지만 막상 티샷지점에 서니 생각보다 추웠다.
언젠가 친구가 알려준 겨울골프 노하우대로 단단히 준비해 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것은 바로 '온도(temperature)'와 '두께(thickness)'였다.
“절대 한기를 느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두꺼운 옷 때문에 스윙이 둔해서도 안된다.”.
얇은 옷을 겹쳐 입되, 핫팩 2개를 등과 허리에 붙이라는 것이었다.
티오프 시각이 아침인지라 대부분의 코스가 북국의 동토나 다름없었다.
첫 홀은 320~330m의 내리막 파4였다.
페어웨이는 온통 갈색빛 잔디를 은백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반면에, 그린은 비닐 외투를 갓 벗고나서 진초록빛을 띄었다.
엄동설한의 이른 아침임에도 티샷들은 다행히 순항했다.
살얼음의 내리막 안내를 받아 생각보다 멀리 굴러가 있었다.
티샷 공이 모두 그린까지 50~100m 지점에 안착해 있었다.
필자의 공은 60m 지점에 떨어져 있었다.
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짧았지만, 그린 앞 10m 지점에서 던지는 벙커의 유혹이 거세었다.
동반자들은 그린을 보고 쳤으나, 꽁꽁 언 그린은 매정하게 공을 밖으로 보내기 바빴다.
한겨울 아침 골프에서 공을 원하는 곳에 세운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었다.
필자의 세컨샷 차례가 되었다. 스윙에 앞서 클럽으로 땅을 쳐보니 둔탁한 소리뿐이였다.
샌드웨지로 얇게 걷어쳐서 벙커만 넘기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두어 차례 연습 스윙을 시도했으나 동토는 어색한 스윙을 멈칫하게 했다.
어떻게든 통상의 샌드웨지 샷과 달리 부드럽게 걷어쳐 올리기로 했다.
[2025. 1. 필자 촬영]
샌드웨지를 떠난 공은 벙커 방향으로 날아갔다.
공이 벙커로 들어갈까 봐 노심초사했으나 가까스로 벙커의 유혹을 이겨냈다.
그 공은 그린 앞쪽에서 두어 차례 점프하더니 그린으로 굴러갔다.
나름의 계획이 있는 것처럼 빙하홀을 향해 짧은 주기로 한기를 가르며 전진을 거듭했다.
다른 동반자들의 공처럼 필자의 것도 그린 밖으로 쫓겨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필자에 대해서는 각별히 우대한 듯했다.
신비스럽게도 아침 공기와 하얀 서리를 껴안으며 홀을 지난 1m 지점에 정지했다.
“한겨울 아침 우둘투둘한 그린에서 어떻게 컨시드 거리에 붙일 수 있어요?”
“이것은 도대체 무슨 조화인가?”
동반자들 모두 한겨울 아침 라운드에서 거둔 컨시드 거리의 파온에 혀를 내둘렀다.
의외의 돌발사태에 축하 대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언의 경탄을 연발할 뿐이었다.
“새해 첫 라운드, 첫 홀에서 이런 은빛 행운이 찾아오다니!”
“신년 첫 버디로 올해 라운드의 희망찬 서막을 열리라~”
동반자들은 컨시드 버디이니 공을 집으라고 외쳐댔다.
하지만, 필자는 비장한 각오로 펏에 들어갔다.
"새해 첫 라운드, 첫 홀에서 첫 버디라~"
뜻밖의 상징적 기록이 주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넘쳤다. 그러나 다행히 버디의 찬가를 부를 수 있었다.
동반자들의 따스한 축하와 넘치는 환호 덕분에 엄동의 한기를 느낄 수 없었다.
살얼음 페어웨이나 엄동의 그린도 신춘의 화사한 코스처럼 다가왔다.
새해 벽두 첫 홀, 첫 버디의 은빛 희열은 잊기 어려운 추억으로 남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팀 플레이의 마지막 홀에서 일군 어프로치 샷보단 못했다.
“팀 플레이의 마지막 홀에서 일군 어프로치 샷은 어떤 것이었을까?”
(차회에 계속됩니다)
좌충우돌 아이언 탈출기_10화 OB 라인 옆의 공이 버디로 부활할 줄이야
_11화 파3홀에서 티샷 공이 앞팀 캐디를 향해 날아가다
_12화 아이언 생크로 생각지 않은 나락에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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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어프로치 탈출기_1화 어프로치 입스로 된통 골치를 앓다
_2화 세 가지 방책으로 어프로치 입스를 벗어나다
_3화 어프로치 샷의 거리감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하여
_4화 뜻밖의 장타에 흥분하여 뒷땅을 치고말다
_5화 팀 플레이에서 어프로치 생크샷으로 패하다
_6화 어프로치로 내리막 급경사의 버디를 맞이하다
_7화 프린지에서 어프로치 이글을 잡고 환호하다
_8화 조폭게임에서 어프로치 버디로 승자가 되다
_10화 팀 플레이의 마지막 홀에서 어프로치로 승부를 가르다
골프는 저의 생각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대충 골프’에서 ‘여유 골프’에 이르기까지 가시밭 여정과 나름의 단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1주일에 1회씩 약 1천 자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이 ‘골프의 꿀맛’과 ‘골퍼의 참멋’을 즐기는데 도움될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