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재미에는 흥겨운 게임이 빠질 수 없다. 게임방식은 매우 다양하지만 흥겹다는 것은 단순하다. 흥겨움은 형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 형세는 게임에 타고 흐르는 기세다. 골퍼가 상승하는 기세를 탄다면 전반적인 게임내용이 순조롭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주말 골퍼는 초반의 적응과정을 다진 후 순조로운 흐름을 타다가, 사소한 실수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 후에 흐름을 놓친 데 대해 못내 아쉬워한다. 프로대회에서도 흐름을 타지 못하거나, 흐름을 타다가도 순간적인 미스샷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경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손자병법은 “전쟁을 잘 하는 자는 형세를 추구한다(善戰者,求之于勢).” 라고 충고한다. 즉, 전쟁을 잘 하는 자는 작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밀하게 상황을 분석한 후 유리한 형세를 조성하여 승리로 이끈다는 의미이다. “세(勢)”라는 글자도 집(執)자와 역(力)자를 합성한 것으로서 힘의 흐름에 따라 그 모양이나 방향을 확보하거나 포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로 골프에서 선수가 손자병법의 가르침대로 경기의 기세나 흐름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혜롭게 이끌어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경기의 흐름을 상승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데는 코스의 지형이나 상태, 정신적 압박, 그리고 같은 팀 선수의 경기상황 등에 의하여 커다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맨털의 요소가 크게 작용하게 되므로, 먼저 상승세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상황에 대하여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위기가 오더라도 이겨내겠다는 강인함을 견지해야 한다.
[서산수CC, 산수코스 5번홀, 2021. 10.(필자 촬영)]
미국 PGA대회에서 경기의 상승세를 잘 유지하여 우승에 이르거나 그렇지 못하여 우승을 놓치는 경우들이 많다. 두 측면을 드러내 주는 선수로는 조던 스피스를 들 수 있다.
2017년 7월, 디오픈대회 4라운드에서 2위 맷 쿠차와 3타차 선두로 시작하기까지 경기 흐름을 잘 이끌어왔다. 그러나 4라운드 시작 후 13번 홀까지 이러한 경기 흐름을 놓치면서 선두를 빼앗기기도 하였다. 스피스는 14번 홀에 이르러 버디와 이글을 잡는 등 상승세를 회복하면서 3타차 우승을 일구어냈다.(주석 1)
그로부터 1년 전에, 스피스는 경기 흐름의 붕괴로 다잡은 우승을 날리기도 하였다. 2016년 4월, 마스터스대회 4라운드에서 2위와 5타차 선두로 시작하여 전반까지 경기의 흐름을 순조롭게 잘 이끌어 왔다. 후반 12번 홀에서 쿼드러플보기를 하는 등 경기 흐름이 붕괴되면서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스피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승세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해하게 됐다.” 라고 말하여 경기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주석 2)
주말 골프에서 경기의 흐름을 상승하는 방향으로 이끌거나 유지하는 골퍼를 보면 참 부럽다. 이러한 흐름을 놓친 경우에는 "땅 속에 있는 핸디캡 귀신이 나왔다."고 변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승세를 탄 이후에 붕괴되는 주원인은 맨털이라 할 수 있다. 과도한 의욕이나 지나친 긴장감, 또는 순위나 딴 돈에 대한 집착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달리, 아슬아슬한 위기를 지혜롭게 넘겨서 마지막 홀까지 경기흐름을 유지해 가는 경우도 꽤 있다. 순조로운 경기 흐름으로 골프의 즐거움을 만끽할 때, 넘치는 감정을 과도하게 드러내기보다는 골프에 대한 경외감과 자신의 품격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연구 또는 프로젝트의 영역에 있어서도 흐름을 유리하면서도 효율적인 방향으로 확보하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흐름을 유지한다면 만족스런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흐름에 대한 충고를 깊이 헤아려 활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