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dsommar Sep 09. 2021

북유럽3국의 위드코로나, 우리나라도 시작할 수 있을까?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정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유럽연합에 소속된 북유럽 3국이 각각 제한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 잠깐 상식!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유럽연합 소속이 아닙니다 :)


덴마크는 9월 10일, 스웨덴은 9월 29일, 핀란드는 10월 중순에 대부분의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고 합니다.

 출처: Grannländer jublar över öppning – andra fortsätter med nedstängning | SVT Nyheter


스웨덴의 경우 손을 평소보다 자주 씻고, 증상이 있는 경우 검사를 받고, 가능하면 혼잡을 피하고, 아프면 쉬라는 권고는 더 길게 남겨둔다고 합니다. (모든 권고가 없어지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데, 이 권고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스웨덴의 공공보건국 사무총장 요한 칼손은 "우리는 높은 백신 접종률을 가지고 있고, 이제 모든 사람은 원하는 경우 백신을 받을 수 있으므로 더 이상 통제의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출처: Johan Carlson: Trycket på vården kommer att öka | SVT Nyheter


이 세 나라의 코로나19 발생현황은 지금 어떨까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안정적이라 위드코로나를 준비하는 걸까요?

9월 7일 기준 한국, 북유럽3국의 코로나19 발생현황

놀랍죠? 확진자는 한국이 가장 적고, 사망자 또한 스웨덴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적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백신접종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단기사망률이 가장 높은 편입니다.) 숫자로만 본다면 우리나라보다 결코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위드코로나 불가능하다


한국의 수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나쁜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지나치게 높은 기준은 "위드 코로나"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 결과, 우리 시민들은 확진자는 하루 평균 100명 미만, 사망자 규모는 연평균 1천 명 이하가 되어야 일상생활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이 수치가 얼마나 높은 기준인지 볼까요?

출처: 제6차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 힘이 되는 평생 친구, 보건복지부


위드코로나를 선언한 북유럽3국의 코로나 상황은 한국의 "일상생활 복귀 기준"을 까마득하게 상회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200만 명이고, 스웨덴은 천만 명, 덴마크와 핀란드는 5백만 명 정도입니다.

편의상 우리나라의 인구를 5000만 명이라고 하고, 스웨덴과 덴마크, 핀란드의 7일평균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인구를 감안해서 스웨덴은 5배, 덴마크와 핀란드는 10배를 곱해보겠습니다. (즉, 스웨덴과 덴마크, 핀란드 모두 한국과 유사한 인구를 가지도록 보정하겠습니다)

9월 7일 기준 한국,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의 코로나19 발생현황 (한국 기준으로 인구보정)

상당히 놀라운 결과죠? 스웨덴의 사망자 규모를 제외하면 모두 한국보다 수치가 높고, 가장 수치가 낮은 스웨덴조차 우리 시민들이 생각하는 일상생활 복귀 기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접종률이 70%를 넘는 덴마크의 엄청난 확진자 수가 보여주듯, 백신접종률이 아무리 높아져도 우리나라 시민들의 "일상생활 복귀 기준"은 충족시켜주지 못할겁니다.



일상생활 복귀 기준, 다른 질병 원인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까다롭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해보았으니 국내의 다른 사망원인과도 비교를 해볼까요?

출처: 2019 사망원인통계, 통계청

주요사망원인의 십만명당 사망률. (가령, 국민이 총 10만명이라 가정하면 코로나19로 연간 1.93명이 사망)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익사와 타살, 화재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의 피해 정도여야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질병으로 따지자면 이름조차 생소한 다발성 골수종 및 악성형질세포 신생물(다발공수종, 형질세포 백혈병 등)로 사망하는 람과 유사한 숫자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전체 사망률이 약 575명이고 코로나19가 1.93명이니, 사망자 300명 중 1명 정도는 코로나19로 사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흡연은 암과 간질환 등등 수많은 질병사의 원인이 되죠? 모델링 기법으로 추론한 우리나라 성인남성의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3만 6천명으로, 십만명당 사망자 수는 약 69.5명에 해당합니다. 코로나19의 약 36배에 해당하지요. 여기에는 계산되지 않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흡연을 금지시키자는 의견은 소수입니다.

출처: 음주흡연폐해 연관성 분석 연구, 보건복지부


코로나19가 흡연보다 피해가 적으니 놔두자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흡연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코로나19의 존재에 대하여 인정하고, 이것이 앞으로 우리와 함께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의 다른 부분들과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는 질병이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코로나 방역, 다른 것들과의 균형을 생각해야 합니다


  통제조치의 비용은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생계를 넘어 생존을 걱정하고 있고, 일반 시민들의 우울감과 분노는 누적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떨어지고 있고, 유아의 발달장애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통제가 약했던 스웨덴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령, 요양원의 방문 제한은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이유로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마저 가족과의 마지막 만남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꼭 사망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방문제한은 요양원의 입소자와 가족 모두에게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출처: Studie: Besöksförbud leder till sämre hälsa hos både patienter och anhöriga | SVT

  장애인 또한 일상생활에 큰 충격을 받았고, 정신질환 보고의 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출처: Socialstyrelsen: Nedstängd daglig verksamhet har lett till ökad psykisk ohälsa | SVT


상대적으로 통제조치가 약했던 스웨덴도 이정도인데, 한국은 더 심한 피해를 겪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통제를 통해 비록 코로나 사망자는 줄였지만, 다른 것들과 충분한 균형이 맞춰졌는지는 훗날 밝혀질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희생하고 있을까요?

코로나 통제로 인한 확진자와 사망자 수의 감소가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컸을까요?


코로나 통제라는 편익은 있지만, 통제에 따른 비용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 비용은 안타깝게도 자영업자,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아이들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더 크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비용과 편익에 대한 고려를 다시 한 번 해봐야 합니다. "일일 100명 이하", "연간 사망자 수 천 명 이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과 상관 없이 지금 수준의 통제를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일일 100명 이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목표가 정말 위드코로나의 기준이 된다면,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영원히 10시 이후에는 집에 가야 하고, 4명 이상 모일 수 없으며, 마스크를 쓰고 QR코드를 찍으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가령 교통사고를 0으로 줄이려면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일상이 너무 불편해집니다. 코로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회가 부담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위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이 위험의 천장은 적어도 일일 100명이라는 수치보다는 높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우리 시민들은 왜 이렇게 코로나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는 코로나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제6차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 힘이 되는 평생 친구, 보건복지부

  우리 시민들의 절대 다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심각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치명률을 봤을 때 사실 80%나 심각하다는 인식을 할 정도의 질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누적치명률을 보면, 40대 이하 건강한 젊은 층에는 (심지어 백신접종 없이도) 매우 위험이 낮은 질병에 해당하고, 고령층 또한 백신을 접종하면 위험성이 매우 낮아집니다.

연령별 코로나19 치명률. 백신접종으로 점점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코로나19에 대해 왜 이렇게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저는 역설적으로 지금과 같은 방역정책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위험이 낮은 젊은 층들에게는 코로나19보다 방역조치가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방역조치 완화, 위드코로나의 결과가 아니라 전제조건입니다


  가령, 혹시라도 내가 확진되면 나의 동선과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격리를 당하게 됩니다. 직장동료나 친구 등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나때문에 지인이 격리라도 당하면 너무 미안해지기 때문에 코로나는 절대로 걸려서는 안되는 (심각한 "질병"과는 별개로) 심각한 "사건"입니다. 확진이 되면 가족과 떨어져 생활치료센터라는 곳으로 이송되어 모르는 사람과 한 방을 쓰며 지내야 합니다. 완치해서 돌아와도 확진자라는 낙인에 시달립니다. 무증상이나 경증이라 코로나19 자체를 가볍게 넘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질병 그 자체 이외의 이유로 감염의 경험은 개인에게 끔찍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 또한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온 거리에는 답답한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하고, 몇 명 이상은 모일 수가 없으며, 어떤 시간이 지나면 모두 문을 닫아야하고 등등, "일상을 조이는 방역"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강화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위드코로나의 문턱을 낮추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우선, 질병 자체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낮추는 일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백신 접종을 받으면 위중증률과 사망률 등이 낮아진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하고, 자연항체의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며 감염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거둬들일 수 있도록 해야하며, 후유증 등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경계해야 합니다.

스웨덴과 독일의 연구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이 무증상이나 경증을 앓고 코로나19에서 회복했을 때 폐손상 등의 후유증은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고되고 있는 대표적 후유증으로는 탈모가 있는데요, 저는 이것이 "스트레스"에서 올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의 경우에도 수많은 후유증이 소개되었는데, 탈모는 목록에 없었습니다. 탈모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거 하죠? 확진자에 대한 낙인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것이 탈모라는 결과로 나올 확률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도 코로나19 부정적 인식 완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 출처: Inga lungskador hos unga efter corona | SVT Nyheter

  한편, 역설적으로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QR코드와 마스크 의무 착용 등 "일상에서 벗어난" 행위들은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일몰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역학조사의 경우 감염자가 접촉자에게 직접 혹은 보건국의 중개를 거쳐 알려주는 형식을 취하되 의무적인 격리는 폐지하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코로나19환자를 내 주변에서 치워야한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생활치료센터 또한 빠르게 없애야합니다(특히 생활치료센터는 병원에서 치료업무에 종사해야 할 의료진이 단순 격리업무인 생활치료센터에 발이 묶임으로서 의료체계 확충을 힘들게하는 등, 사실상 보건적 효과도 없습니다. 지금 바로 없애도 무방합니다). 마스크 착용은 의무화를 풀고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합니다. 아프면 쉬기, 손 자주 씻기, 증상 있는 경우 검사받기 정도의 권고만 남겨두고 강제조치는 가능한 없애야 합니다. 즉, 일반적인 독감 프로토콜을 생각하면 됩니다. 특별하고 강제적인 방역조치가 없어야 코로나19가 "일상에서 다룰 수 있는 질병"으로 이미지가 바뀔 수 있고, 그래야만 위드코로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위드코로나를 시작한 북유럽 3국의 현재 조건은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위드코로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스웨덴이 한 때 집단면역 오해를 받은 것처럼 나머지 북유럽도 "사람들의 죽음을 방치하는 적자생존 국가"여서 그런 걸까요? 저는 이들이 코로나와 다른 것들 사이의 균형을 찾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그 균형을 찾을 때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에게 독감과 같은 질병이 하나 더 생긴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백신 접종이 충분히 진행됨에 따라 스웨덴의 사망률은 독감 수준인 0.1에 수렴했습니다. (스웨덴이 북유럽3국중에 접종률이 가장 낮기는 하지만, 고령층 접종률은 유사하기 때문에 전체 인구의 백신접종률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 또한 고령층 예방접종이 어느정도 완료되는 순간 일상으로 돌아가서 코로나와 다른 것의 균형을 찾아야 하고, 지금부터 천천히 그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코로나의 위험성만 계속해서 강조함으로써 다른 것들과의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금까지의 커뮤니케이션은 시민들 대다수가 (필요 이상으로) 코로나의 심각성에 공포를 가지고 더 강력한 통제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미 시민들에게 코로나의 공포가 머리속에 각인되었는데, 강력한 방역조치의 필요성을 근 2년동안 역설하던 정부가 어느 순간 갑자기 돌변해서 "이제부터 위드코로나!" 라고 하는 것은 시민들의 공감을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당장 지금만 해도 위드코로나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여전히 코로나를 박멸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가지는 사람들도 많지요?) 지금부터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합니다.



* 표지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 / 출처 svt

매거진의 이전글 "백신 인센티브"의 허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