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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Sep 30. 2021

백신패스, 미접종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백신 접종 인센티브와 패널티, "자발적 접종 설득 포기"의 다른 말

백신패스 제도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외 백신 패스 제도(백신 여권제도)적용 사례로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 토론회에서 장관께서 가져온 덴마크 예시를 보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습니다.

덴마크는 이미 백신패스를 없앴기 때문입니다.

관련 포스팅: 북유럽3국의 위드코로나, 우리나라도 시작할 수 있을까?


덴마크 백신여권 점진적 확대?

덴마크 백신여권은 폐지되었는데..


덴마크가 백신 패스를 없애는 이유는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해서 더 이상 코로나19가 사회적으로 위험한 전염병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단계적 일상회복 또한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한 이후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권덕철 장관이 "모범사례"라고 가져온 덴마크의 사례를 따라가면, 우리나라가 백신패스가 필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사실상 장관이 직접 나서서 모순적인 말을 한 것입니다.


신뢰 유지가 가장 중요한 정부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게 팬데믹 상황에서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매우 적절하지 못합니다.


(* 덴마크 백신여권은 국내 사용 용도가 폐지되었습니다. 다만 국외 입국자 대상으로 격리를 면제하는 백신패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독일 사례, 논의는 해볼 수 있겠지만...


독일의 경우 코로나패스가 도입되어 있으며, 예방접종을 받거나,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회복된 적이 있거나, 최근 PCR 또는 항체항원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사람들은 각종 규칙에서 면제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백신 패스에서 12세 미만의 어린이, 의학적 이유로 백신 접종을 맞지 못하는 사람 등은 면제됩니다.


즉,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감염되지 않았거나(검사) 인공항체(백신) 또는 자연항체(감염 후 회복)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해 실내 레스토랑 이용 등의 자유를 주고 있습니다.


다만, 점진적으로 항체 보유자만을 대상으로 자유를 주고자 하고 있으며, 백신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받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를 유료화함으로써 3G(백신, 회복, 검사) 중 "검사"를 뺀 2G로 옮겨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어느정도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모든 이상반응이 인과관계라고 할지라도(물론 모든 이상반응이 인과관계이지는 않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단순히 선후관계로 문제가 발생하는 우연의 일치도 있을 것입니다.) 고령층은 백신의 이익이 위험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30대~40대에서도 백신의 이익이 비교적 명확하게 보이며, 20대에도 백신의 이익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코로나19 vs 백신 접종, 무엇이 더 위험할까?)


따라서 백신을 받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고, 감염통제의 효과까지 고려하면 사회적 이익은 더 클 것입니다. (물론 백신 맞는다고 완벽히 감염의 확산이 차단되지는 않으며, 사회적 이익 때문에 백신을 맞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효과가 좋은 백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나 검사를 무료로 할 수는 없습니다. 증상이 있는 경우는 검사기피 등을 방지하기 위해 무료로 하되,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이 백신 패스 발급을 위해 검사를 하는 경우 약간의 자부담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2차 접종이 끝나는 11월 말까지는 무료 검사 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백신의 개인적 이익이 희미한 어린이/청소년이나, 알러지 반응 등으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료 검사를 지속하는 등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회복자에 대한 백신 패스 발급을 위해서는 감염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벗겨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확진자가 범죄자처럼 인식되는 한국 사회에서, "감염을 통한 백신패스 획득"은 그닥 실용적인 옵션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40대 이하 젊은 층의 경우 자연감염의 경우도 위험이 높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의 종식은 당분간 불가해보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들은 백신 접종이나 감염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고(혹은 돌파감염으로 둘 다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백신 안맞고 그냥 걸리겠다는 것도 굳이 추천하고싶지는 않지만 찾아다니면서 말릴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백신 맞고 걸리는 것이 안맞고 걸리는 것보다 분명히 덜 위험하지만, 건강한 낮은 연령대의 경우 백신을 맞지 않고 감염되는 것도 수용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추자는 의견을 가진 사람 또한 충분히 존중할 수 있고, 저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다만, 접종을 위한 방안이 백신 패스와 같은 반강제제도가 된다면 접종을 위한 비용(사회적 갈등,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 등)이 접종의 이익(개인적 관점에서 중증과 사망 예방, 사회적 관점에서 감염 통제)보다 커져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백신 패스가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


프랑스의 경우 제도 설계와 운영이 독일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 같아 제도 설명은 건너뛰겠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역시 성공적 적용 사례보다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에 가깝습니다.


백신 패스에 반대하기 위한 시위가 주말마다 열리고 있고, 이는 프랑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례를 보아도 오히려 백신 패스를 도입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은 저만 받는 걸까요?


물론 적어도 백신 패스가 사람들이 백신을 예약하도록 만드는 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프랑스 또한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동시에 백신을 주저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소득층,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우리나라 또한 외국인 접종률이 낮아 정부의 고민이 크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백신 패스가 도입된다고 해도 백신을 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은 백신 패스로 인해 더 고립될 것입니다.


런 사회가 옳고 정의로운 사회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웨덴이 백신 패스를 포기한 이유


권덕철 장관께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스웨덴은 9월 29일부터 대부분의 제한을 해제하고, 백신 패스의 필요성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 관련 포스팅: 북유럽3국의 위드코로나, 우리나라도 시작할 수 있을까?


스웨덴은 어떤 결론을 냈을까요?

충분한 예방접종을 근거로 사회 개방을 결정한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필요 없다"로 결론이 났습니다.


왜일까요? 백신을 안맞아도 되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웨덴 공공보건국은 백신 접종이 매우 중요하고 백신을 받을 수 있는 모두가 반드시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레나 할렌그렌 사회부 장관 또한 자발적 백신 접종을 강조합니다.


안데스 테그넬 국가 역학자 또한 백신 여권에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설득하는 것은 자신과 같은 정부 당국자의 역할이고, 백신 패스 등으로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이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 관련 포스팅: "백신 인센티브"의 허상


저는 정부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지만, 코로나를 없애주고 싶은 정부의 마음도 이해하고, 이 마음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코로나19는 없앨 수 없는 질병인 것이 점차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위드코로나 논의가 시작된 배경이기도 하죠.


우리나라 시민들 또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아직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접종을 미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신의 뛰어난 효과는 이미 검증되어 있습니다. 특히 고령층에 대한 효과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우리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백신 접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래서 조금 더 본인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설득해야 합니다.


백신 패스 도입은 강제적이라고 인식될 수밖에 없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킬 것입니다.


코로나 확진된 사람이 대역죄인처럼 취급을 받는 것이 끔찍한 것처럼,

백신 미접종자가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도 끔찍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저는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끝냈지만(아직 2주가 지나지 않아 완료되진 않았습니다),

백신패스 제도가 도입되어 미접종자들을 남겨두고 저만 자유를 즐길 때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정부는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항변하지만, 미접종자들도 그렇게 생각해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보호해준 정부에 대해 고맙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나버릴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보호받았다가 아니라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으로 남아 있는 팬데믹 대응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굳이 이것을 훼손시키면서까지 백신 여권을 도입하는 이유가 뭘까요?


모두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팬데믹의 터널은 함께 빠져나와야 합니다.


백신 접종자만 일상을 즐기고, 백신 미접종자는 팬데믹의 늪(그리고 이 늪은 질병 그 자체의 늪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감과 분노 등 질병 외적 요인에서 오는 늪일 겁니다)에서 헤매는 모습은, 제가 원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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