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 다이어리
7년 전 아빠와 엄마는 뒷마당에 3그루의 과일나무를 심으셨다. 3명의 손주들을 생각하며 두 종류의 사과나무와 , 자두나무를 심으셨다. 안타깝게도 두 그루의 나무는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더니 1년이 지나고 죽어버렸고, 사과나무 한그루만 잘 버텨 주었다. 매년 사과는 열렸는지 궁금해하셨지만 야속하게도 사과나무는 열매를 맺지는 못했다. 단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열매에 대한 미련을 버린 지 7년째다. 그런데 사과나무가 심은자의 손길을 기다렸는지 정말 7년 만에 주먹만 한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하루가 다르게 알이 여물더니 아침, 저녁 공기가 쌀쌀해지면서 빨갛게 먹음직스럽고 탐스럽게 사과가 익어갔다.
작은 사이즈의 사과를 고를 때마다 김치 양념을 만드시고 버무리시던 아빠의 모습이 생각나겠지?
이민자에게 있어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다는 건 하루하루가 행복이고 하루하루가 아쉬움인 것 같다.
엄마가 함께 오지 못하신 이유가 있다고 하셨다. 뭔가 시원하게 말씀을 못하시고 계속 말끝을 흐리셨다.
"엄마에게 약간의 건강상 문제가 생겼어. 그래서 아빠만 오게 됐어. 괜히 오해하지 마라!"
동생들도 걱정할까 봐 일절 이야기 하지 않으셨다니 결국 엄마의 건강상태는 동생들도 모른다는 이야기셨다.
"비행기표 끊어 놓고서 못 온다고 할 수도 없고 엄마랑 엄청 고민 많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모든 게 잘 해결됐으니 너무 걱정 말아라!"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엄마의 무슨 건강문제?
"당뇨? 치매? 관절염? 암?"
내일 아빠와 단둘이 있게 되면 다시 여쭤봐야겠다.
이제는 괜찮아지셨다니 말씀해 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