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9월 23일
전화를 드리면 늘 이렇게 말씀하셨던 아빠.
"놀러 오라고 부르면 내가 부담스러워서 너희한테 못가! 그런데 만약 일하러 오라고 하면 내가 당장 달려가지!"
정말 아빠는 도와달라는 SOS에 바로 날아와 주셨다. 그리고 큰 프로젝트라도 떠맡으신 분처럼 날이 밝자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하셨다.
지붕 위에 올라가 보수할 곳이 있는지 살피셨다. 사실 우리 집 남자들(남편과 아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한다. 지붕싱글의 노화로 문제가 있다 는 걸 알면서도 선 듯 올라가 수리하지 못했었다. 멀리서 봐도 지붕이 낡아 보이셨는지 아빠는 거침없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에 오르셨다.
"지붕 위에 서계신 아버님 멋있으시다!"
어이구! 신랑의 한마디에 그냥 웃음이 나온다.
하늘을 살폈으니 땅도 살펴야지!
이번에는 울타리 주변과 집 주변에 내가 미처 깍지 못했던(아니 솔직히 못 본 척했던) 잔디를 다듬기 시작하셨다. 시원하게 이발을 한 뒷마당이 훤칠하게 빛이 났다.
시차적응하시려면 쫌 주무셔야 하는데 마치 밀린 숙제 하듯이 아빠는 쉼 없이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신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 이러다 몸살이라도 나실까 걱정이다. 아빠를 따라다니느라 덩달아 나도 피곤한 하루였다. 아빠 우리 내일은 30분 낮잠 좀 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