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병원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요로결석이 모두 깨졌다는 좋은 소식을 기다렸으나 돌이 전혀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 주에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변화가 없으면 시술에 들어가실 것 같다. 제발 레이저로 깨끗이 제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번 보험회사 체크 입금 때문에 문제가 있었던 일로 은행상담을 받아야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골에는 은행 지점이 없는 관계로 전화 통화로 상담을 받기로 했다. 신랑과 나 두 사림이 동시통화로 진행되어야 하는 상담이라 아빠를 모시고 신랑이 일하고 있는 병원으로 갔다. 30분 안에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전화상담이 40분이 넘어가더니 1시간을 훌쩍 지나 거의 2시간 가까이 길어졌다.
인터넷 와이파이도 안되는데 병원 카페테리아에 혼자 앉아계신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홀로 남은 아빠 생각에 초조하기도 하고 느려터진 캐나다 시스템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헐래 벌떡 뛰어온 날 보며 아빠는 아주 환하게 웃으시더니 혼자 병원 주변을 산책하며 찍으신 셀카 사진을 보여주셨다. 아빠 말대로 난 괜한 걱정을 하는 걱정쟁이 인가보다.
양푼 비빔밥
오늘 점심 요리사는 또 아빠!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아빠 찬스를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사실은 은행일 때문에 너무 신경과 시간을 많이 써서 밥 할 시간도,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는 하루였다.)
파마스마켓에서 산 양배추가 아주 효자다. 어찌나 부드럽고 달큼한지 생으로 먹어도 맛이 좋다. 아빠의 손맛이 가득한 양념장으로 양품 비빔밥을 해 먹었다. 양푼에 숟가락을 같이 넣어서 먹었던 옛날기억이 생각나는 가족 점심식사였다.
가끔 식사시간에 어색함이 흐른다,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가족끼리 어색함이 없어야 하는데, 함께 하지 못했던 긴 시간이 이런 어색함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아빠와 매일매일 산책도 하고 싶었는데, 단풍잎이 가득한 가을을 맘껏 만끽하고 싶었는데!
에잇!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난 또 아이들과 아빠를 위층에 혼자 두고 생존을 위한 피아노레슨에 들어갔다.
아이들 군화에 광내시는 아빠
수요일은 아이들이 카뎃에 가는 날이다. 수요일만 되면 군복에 각을 잡고 군화에 광을 낸다고 정신이 없는 날이기도 하다. 쪼그리고 앉아서 군화에 광을 내는 손주들의 모습을 보고 역시나 아빠가 나섰다.
"이래 봬도 난 베트남 전쟁 때 비둘기부대 출신이라고!"
말씀은 안 하시지만 아빠의 마음은 지금 많이 분주하실 것이다. 마음의 반은 암투병 중이신 동생한테 가있을 것이고, 나머지 반은 결석 때문에 걱정하는 엄마한테 가있을 것이다. 아침에 잠깐 혼자 계시는 동안 고모에게 기도문을 녹음해서 보내셨다고 한다. 고모가 오빠의 목소리로 녹음된 기도문을 들으시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 저녁식사 후 아빠가 고모에게 보내신 기도문을 들었다. 12분 정도 되는 분량이었다. 기도문이 시작되자 신랑이 먼저 눈을 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손을 모으고 함께 기도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