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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날에는 청소를 해야지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 18> 10월 8일


황홀할 만큼 좋은 가을햇살이다. 햇살에 비치는 노란색 단풍들은 온갖 교태를 부리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잠깐 서류 작업을 하는 동안 아빠가 창고에 물건들을 다 꺼내 놓으셨다.

"날도 좋은데 창고정리나 하자!"

에슨 가을 햇살


손바닥 만한 창고에 어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챙겨두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버릴 것과 쓸 것을 구별해야 하는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이다. 작년에 집안정리를 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나름 예쁜 주제로 부엌용품들과 아이들 학용품, 책들을 정리한 적이 있었다. 그 프로젝트에 창고는 예외였다. 잔뜩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니 이번에는 도네이션보다는 버려야 할 것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2시간은 넘게 걸릴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빠손을 거치면 그 어떤 일들도 어렵지 않게 술술 진행된다. 마치 마법지팡이를 사용한 듯 모든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아들어가고 깔끔해진다. 물론 이 마법지팡이는 저절로 일을 해주지는 않는다. 따가운 가을빛에 아빠가 땀을 흘리며 힘들게 정리하신 결과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창고정리 전
창고 정리 후




역시 노동으로 지친 근육과 마음을 달래는 데는 아이스커피가 최고인 것 같다. 아빠와 마지막으로 데크에서 햇살을 즐기며 가을을 느껴본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알버타의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아이들 피아노 레슨을 하는 동안 우리 집 남자들은 아주 분주했던 것 같다. 집 주변으로 벽에 금이 간 곳을 보수했다. 아빠가 날카로운 눈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 보시니 여기저기에서 아프다고, 나 좀 고처달라고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다. 아빠의 부지런하고 꼼꼼한 손놀림으로 우리 집이 매일매일 새로워지고 있다.




저녁 가을바람은 이제 완전히 차가워진 칼바람으로 변했다. 아침과는 달라진 바깥공기에 아빠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감기에 걸리시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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