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2> 10월 12일
천정 전문가 팀이 아침 일찍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을 보니 아침 7시밖에 되지 않았다. 역시 전문가들의 부지런함이란! 집에서 강제로 나오게 된 두 분은 다음단계를 위한 자재구입 때문에 Rona에 가는 중이라고 연락이 왔다. 왠지 전문가들까지 투입되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다음 주까지 공사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그렇게 되면 11월에는 우리 모두 밴쿠버로 여행을 갈 수 있게 되겠네?" 실실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김칫국일지 모를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아이들과 브런치를 먹고 에드먼튼으로 출발하려고 한다. 오늘은 아웃렛 몰에 가서 본격적인 겨울준비와 가족들 선물을 살 계획이다.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아빠의 귀국준비가 순조로울 것 같다.
지금 시간 오전 11시 46분.
난 악덕 업자다. 신랑의 표현이다. 에드먼튼에 도착하자마자 잠깐 쉬면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신랑에게 잔소리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전제적 나의 입장에서는
'해가 이렇게 좋은데 날 밝을 때 빨리빨리 밖에 자동센서등을 고칠 수도 있고, 쌓여있는 쓰레기를 버리고 와도 되는데 핸드폰 볼 시간이 어디 있어!' 였기에 자동적으로 튀어나왔던 잔소리였다. (그렇다고 필터 없이 직접적으로 쏱아붓진 않았다. 단지 눈으로 마구마구 다그쳤을 뿐.)
천정과 벽이 말끔해졌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라고 한다. 어느 정도 마르고 나면 다시 한번 더 샌딩을 해야 정말 마무리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페인트칠만 하면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온 가족이 쇼핑에 나섰다. 그리고 엄마 아빠를 위해 따뜻한 겨울 신발을 샀다. 어머님 아버님께도 보내드리면 좋으련만 이 못난 며느리는 신발 사이즈도 그분들의 취향도 잘 알지 못한다. 미안한 마음에 신랑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지금 이 순간 신랑도 부모님 생각을 하고 있겠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 초코파이 밖에 없다는데, 왠지 신랑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알아줄 것 같다. 그는 그런 속 깊은 사람이니까.
오늘도 우리의 최애 식당 포차서울에 왔다. 제법 많은 음식을 시킨 것 같은데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은걸 보니 아주 뿌듯하다. 대식구라는 게 이런 건가? 머릿수가 하나 늘었을 뿐인데 왠지 든든하고 안정적이다. 맛있는 메뉴도 많은데 아빠는 자꾸 메뉴를 펼쳐 보지도 않으시고 짜장면만 시키신다. 분명 짜장면이 가장 싼 음식이라고 생각해서 그러실 것이다. 언제쯤 부모님께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를 대접해 드릴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 아빠는 맘껏 먹고 싶으신 것을 고르실 수 있을까?
오늘은 대접하는 부모님께도, 대접해 드리지 못한 부모님께도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