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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 사이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 34> 10월 24일


오늘 드디어 아빠와 함께 공항 산책길을 끝까지 걸었다. 1시간에서 10분이 모자라는 시간, 만보가 되기까지 몇 걸음이 부족한 짧은 것 같지만 짧지 않은 산책시간이었다. 이 긴 시간 동안 아빠는 차가운 나의 손을 잠시도 놓지 않으시고 따뜻하게 손으로 품어 아빠의 재킷 속에 소중하게 넣으셨다. 하늘이 너무나 예쁜 가을 하루였다.(얼마 전에 내린 눈이 모두 녹아버려 우리는 다시 가을을 맞이했다.)



에슨 공항 산책길


파란 하늘에 검은 구름들이 당장에라도 눈을 뿌릴 것처럼 겁을 주었지만, 가끔씩 구름사이로 얼굴의 내미는 햇살 덕뿐에 상쾌하고 시원한 늦가을 바람을 만끽했다. 사람들이 파카를 입고 모자와 장갑을 착용한걸 보니 우리도 4번째 산책 때는 겨울모자와 장갑을 끼고 나와야 할 것 같다. 장갑을 끼면 아빠의 따뜻한 손을 잡을 수가 없는데...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 더 산책을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빠와 나는 어디서든 셀카를 남긴다. 누가 봐도 붕어빵이다.

"처음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는데 시야가 깜깜하기만 하고, 좋은 하늘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네!" 라며 투덜거리셨다.

"아빠, 바닥에 하얀 눈이 깔리고 하늘에서 뜨거운 자외선이 쏟아지는 겨울이 되면 아마 선글라스의 고마움을 느끼실 거예요."


아빠가 여기에 계시는 동안 그런 날이 올까...?



이번 캐나다 방문에서 아빠가 가장 많이 돌아본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

1위. 에드먼튼 홈디퍼

2위. 엣슨 홈하드웨어

3위. 엣슨 케네디언 타이어.


남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이 캐나다에 오셔서 집에서는 청소만 하시고 에드먼튼에서는 일만 하시다니. 그래도 아빠는 언제나 저녁이 되면 오늘하루 핸드폰에 가득 담아놓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시며 행복해하시고 흐뭇해하신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엣슨 홈하드웨어




아들의 할로윈 파티가 있는 날이라고 한다. 아들의 할로윈 컨셉은 조직두목(?)이란다. 신랑은 천장지구에 나오는 주윤발의 느낌이 나야 한다며 성냥이나 이쑤시개를 활용해 보라고 진지한(?) 조언까지 남겼다. 아들이 천장지구가 무엇인지, 주윤발이 누구인지 알리도 없거니와 아직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성냥이나 이쑤시개 활용하라고? 어디에!! 왜!!

이런 쪽으로는 또 너무나 말잘 듣는 착한 아들은 종이를 고이 말아 끝을 그을려 이쑤시개보다 한층 업그레이된 무언가를 만들었다. 이러고 내보내도 되는지 혼란스럽다. 고민된다.

아들의 할로위 코스튬

아빠는 손자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우신가 보다. 허벅지가 고릴라 같다며 엄청 뿌듯해하신다. 남자들의 세계에선 칭찬인가 보다. 할아버지의 칭찬에 아들은 매일아침 자신감 넘치게 근육자랑이다. 어려서부터 약골에 매일 아프기만 하고 울기만 하던 아기가 이렇게 성장했으니 뿌듯하실 것 도 같다.


아들아. 너의 이 고릴라 같은 근육들이 배신 하고 출렁이는 살이 되지 않도록 늘 긴장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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