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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열아홉 번째 날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 48> 11월 7일


언제 밴쿠버를 가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비행기를 놓쳤다. 저렴한 비행기표는 다 날아가고 이제는 혼자 왕복하기에도 버거운 비행기표만 남아있었다. 달력상으로는 우리에겐 아직 3주의 시간이 있는데 체감으로 느껴지는 시간은 일주일도 남은 것 같지 않아서 아빠의 여행을 계획하기가 쉽지가 않다.

내가 욕심이 많이 져서 그런가 보다.

아빠와 아이들이 하루라도 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는 욕심이...

빨리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욕심이...

신랑과 나의 스케줄을 중심으로 떠나려고 하는 욕심이...

조금이라도 여행 경비를 줄여보려는 욕심이...

역시 난 너무 이기적이다.




목요일 오전 10시. 에드먼튼으로 출발했다. 처음으로 온 가족이 자동차 한 대에 서로 어깨를 부딛끼며 끼어 앉아 에드먼튼으로 이동했다. 온 가족이 모두 동원된 만큼 이번 주에 진짜로 모든 일을 끝내는 게 우리, 아니 정확히는 나의 목표다.




큰 작업들은 모두 마쳤다고 하지만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잘잘한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또 희망을 가져본다. 정말 끝날 거라고.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내 눈에는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아빠는 집안의 모든 창문을 닦아내기 시작하셨다 보기 싫게 엉켜있던 페인트들이 아빠의 칼날에 모두 벗겨졌다. 아빠의 성격은 창틀에 티끌만 한 먼지 한 톨도 그냥 남겨둘 수 없다. 마치 유리가 없는 것 같은 투명한 공간이 생겼다. 창문이 없는 줄 알고 새들이 날아와 부딪힐 지경이다. 장갑도 끼지 않고 먼지가 잔뜩 묻은 걸래를 만지는 아빠의 손. 거칠어지고 부르틀까 봐 걱정이 된다. 아빠손은 소중하니까!





부엌에 좀 더 멋진 포인트 공간을 두기 위해 브렉퍼스트 테이블을 만들기로 했다. 나무를 잘라서 고정만 시키면 되는 줄 알았더니, 스테인을 입히고 코팅을 하고 재단을 하고 그리고 몰딩을 돌려야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내가 브렉퍼스트 테이블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이야기 해줬으면 좋았으련만,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지 몰랐다.

"그래? 만들지 뭐! 쉬워! 간단해!"

정말 간단한 줄만 안 내가 바보다.


5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깜깜해져서 작업을 계속할 수가 없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한다.

내일 아침 7시에 아침작업을 해야 하나? 신랑말이 맞다.

난 악덕업주다!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공사를 하는 이유


https://brunch.co.kr/@0d1c28c8fb6c49f/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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