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그날이 다가오면 이상해지는 나

무의식이 새긴 시간의 흔적

by 홍종민

우리 마음속에 숨어있는 시간의 알람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슬퍼지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왠지 모르게 우울해지는 그런 날이다. 그 날짜를 확인해보면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날이나 인생의 큰 변화가 있었던 날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한 시계를 가지고 있다. 의식적으로는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은 날짜들을, 무의식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마치 스마트폰의 알람처럼, 특정한 시간이 되면 저절로 작동하는 것이다.


매년 찾아오는 설명할 수 없는 우울


마흔셋의 기업 임원 K씨는 매년 4월 중순이 되면 극도로 예민해진다. 회사에서는 완벽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그가, 이 시기만 되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병원에서는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진단했지만, 왜 하필 4월 중순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여섯 살 때, 가장 친했던 형이 4월 15일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어린 그를 보호하려고 형의 죽음을 "형은 먼 곳으로 공부하러 갔다"고 설명했고, 그는 형이 죽었다는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의식적 기억에서는 사라졌지만, 그의 무의식은 37년 동안 매년 4월 15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 폰 R의 눈물 - 프로이트가 발견한 시간의 비밀


100년도 더 전,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는 한 여성 환자를 통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엘리자베스 폰 R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그 여성은 매년 특정한 날이 되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하게 울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날이 무슨 날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그날은 남편의 기일이었다. 의식적으로는 그 사실을 잊어버렸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그 날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내장된 달력처럼 작동했다.

이것이 바로 '기념일 반응(Anniversary Reaction)'의 시작이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한 날짜나 시간이 되면 나타나는 감정적, 신체적 반응을 말하는 것이다.


정신분석이 밝혀낸 시간의 무의식


프로이트는 이 발견을 통해 혁명적인 통찰에 도달했다. 우리의 무의식은 단순히 억압된 욕망이나 트라우마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자체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몸의 세포가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의 정신도 고유한 시간 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지도에는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기쁨의 순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실과 고통의 순간들이다.


오후 5시 30분의 비밀 - 일상 속에 숨은 시간의 함정


심리학자 조지 폴락이 연구한 사례는 더욱 구체적이다. 13세에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잃은 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결혼 후 매일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인 오후 5시 30분이 되면 설명할 수 없는 우울감에 휩싸였다. 특히 현관문에서 열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때면 더욱 그랬다. 남편이 무사히 집에 돌아왔는데도 이런 감정이 드는 이유를 본인도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깨달았다. 어린 시절, 매일 오후 5시 30분이면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며 설레던 자신을 말이다. 그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버지의 발걸음 소리, 열쇠 소리, 그리고 따뜻한 "다녀왔다"는 인사가 들려오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13세 어느 날, 그 모든 것이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성인이 된 그녀의 몸은 여전히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고, 아버지를 기다리던 설렘이 이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바뀌어 매일 찾아오는 것이었다.


화요일 오후의 저주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 남성은 화요일 오후만 되면 견딜 수 없는 우울감에 빠졌다. 월요일도 아니고, 금요일도 아닌 평범한 화요일이었다. 알고 보니 그가 14세 때 어머니를 잃은 날이 바로 화요일이었다.

이런 시간의 각인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어떤 사람은 새벽 3시에 깨고, 어떤 사람은 정오에 불안해지며, 어떤 사람은 저녁 7시에 슬퍼진다. 이 모든 시간들이 과거의 어떤 순간과 연결되어 있다.


사주와 시간의 신비


흥미롭게도 동양의 사주명리학도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태어난 년, 월, 일, 시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믿음 속에는, 시간 자체가 고유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통찰이 담겨 있다.

실제로 사주를 볼 때, 특정 대운이나 세운이 돌아올 때마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10년 전 신묘년에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신묘년이 되면 관계의 위기를 겪는다든지, 갑오년에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다음 갑오년에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든지.

이것을 단순한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의 무의식이 시간의 패턴을 기억하고 반복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몸이 기억하는 달력 - 신체화된 시간의 기억


이런 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하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날짜나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하지만, 그 연관성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규모 병원 조사를 진행한 결과, 성인들의 입원일이 어린 시절 겪은 상실의 기념일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정확한 패턴이었다.


편두통이 오는 날


서른아홉 살의 교사 L씨는 매달 17일이면 심한 편두통에 시달렸다. MRI를 찍어도, 혈액검사를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의사들은 스트레스성 두통이라고 진단했지만, 왜 하필 17일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심리상담을 받던 중, 그녀는 충격적인 사실을 떠올렸다. 열 살 때 가장 친한 친구가 매달 17일에 오는 생리통으로 고통받았고, 그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날도 17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편두통은 친구의 고통을 대신 짊어진 것이었고, 동시에 친구를 잃은 날을 기억하는 몸의 애도였다.


봄이 오면 아픈 사람들


계절의 변화도 기념일 반응을 일으킨다. 봄이 되면 우울해지는 사람, 가을이 되면 불안해지는 사람, 겨울이 되면 무기력해지는 사람. 이들 중 많은 경우가 특정 계절에 일어난 트라우마와 연결되어 있다.

한 중년 남성은 매년 벚꽃이 필 무렵이면 극심한 공황발작을 경험했다. 알고 보니 스무 살 봄, 벚꽃이 만개한 날 첫사랑과 이별했던 것이다. 그 후로 20년 동안, 그의 몸은 벚꽃을 보면 자동으로 이별의 고통을 재생했다.

이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몸 자체가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두통, 소화불량, 만성피로 등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특정한 기념일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몸 안에 숨겨진 달력이 있는 것처럼 작동한다.


고골의 예언 같은 죽음 - 운명인가, 무의식의 각본인가


러시아의 대문호 니콜라이 고골의 이야기는 기념일 반응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그는 16세 때 아버지의 병을 지켜봤고, 아버지는 2년 후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고 고골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처음에는 이 소식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의 슬픔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혼자 있을 때면 미칠 듯한 절망에 빠져들었습니다. 심지어 목숨을 끊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다. 고골은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명성을 얻었지만, 43세가 되던 해 갑자기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똑같은 나이에 똑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셨다"고.


무의식이 쓴 죽음의 시나리오


운명인지, 우연인지, 아니면 무의식이 만들어낸 자기실현적 예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의 몸과 마음은 20년 동안 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하며, 그 나이가 되면 자신도 아버지처럼 될 것이라는 무의식적 시나리오를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고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난 나이에 가까워지면 막연한 불안을 느낀다. "나도 그 나이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의 액년 문화


한국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액년'이라는 것이다. 서른셋, 마흔둘, 쉰하나 같은 특정 나이가 되면 조심해야 한다는 믿음. 이것을 단순한 미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나이에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경험한다.

어쩌면 이것도 일종의 집단적 기념일 반응일지 모른다. 사회가 공유하는 시간의 각본, 문화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무의식의 알람인 것이다.


세대를 넘나드는 시간의 기억


더욱 흥미로운 것은 기념일 반응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가정에서 자녀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의 나이'가 되면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다.

마흔다섯 살의 작가 P씨는 최근 들어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건강했고, 작품 활동도 순조로웠으며, 가족과의 관계도 좋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상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녀의 어머니가 정확히 마흔다섯 살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의식적으로는 잊고 있었지만, 그녀의 무의식은 "이제 내 차례"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더 복잡한 것은 자녀와의 관계다. 어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자신이 부모를 잃었던 나이'와 같아질 때 심각한 불안이나 우울을 경험한다. 최근에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열 살 아들을 둔 어머니의 공포


한 중년 여성의 사례를 보면, 그녀는 아들의 10번째 생일을 앞두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주변에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알고 보니 그녀 자신이 10세 때 아버지를 잃었던 것이었다. 마치 "내 아이도 나처럼 아버지를 잃게 될까봐"라는 무의식적 공포가 작동한 것 같았다.

이런 두려움은 때로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기도 한다. 불안한 부모는 과잉보호를 하게 되고, 이것이 오히려 아이와의 관계를 악화시켜 정서적 단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족의 무의식적 달력


가족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시간을 공유한다. 할아버지의 죽음, 할머니의 병, 부모의 이혼, 형제의 사고. 이 모든 사건들이 가족이라는 달력에 표시되어 있고,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날짜들을 기억한다.

때로는 본인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사건도 영향을 미친다. 한 여성은 매년 8월이 되면 이유 없이 슬펐는데, 알고 보니 그녀가 태어나기 3년 전 8월에 언니가 죽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가족의 집단 무의식 속에 새겨진 8월의 슬픔을 물려받은 것이다.


노래 속에 숨겨진 시간 - 감각이 불러내는 기억


기념일 반응은 꼭 날짜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특정한 소리, 냄새, 노래 등이 과거의 상처를 불러내기도 한다.

배우 빌리 화이트는 「그대는 나의 태양」이라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 그 노래 자체는 밝고 경쾌한 곡이었는데도 말이다. 30년이 지나서야 그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어린 빌리가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울곤 했다는 것이다. 그 노래가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었다. 흥미롭게도, 이 연관성을 의식적으로 깨달은 후 빌리는 더 이상 그 노래를 들어도 슬프지 않았다.


라일락 향기의 저주


냄새는 더욱 강력하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특정한 냄새는 순식간에 우리를 과거로 데려간다.

한 중년 남성은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 극도로 불안해졌다. 이유를 탐구해보니, 어린 시절 라일락이 만개한 5월에 부모님이 이혼했던 것이다. 그 후로 30년 동안, 라일락은 그에게 가족 붕괴의 냄새였다.


크리스마스 우울증


특정 계절이나 명절도 기념일 반응을 일으킨다. '크리스마스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모두가 행복해하는 시기에 유독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과거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상실이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한 여성은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공황발작을 일으켰다. 열두 살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함께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크리스마스는 영원히 배신과 버림받음의 기념일이 되어버렸다.


기억과 기념일의 미묘한 관계 - 의식화의 치유력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의식적 반응이 의식적 기억으로 전환될 때 그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빌리 화이트의 경우처럼,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 그 감정의 강도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가들은 이것을 '통찰(insight)'이라고 부른다. 무의식에 갇혀 있던 것이 의식의 빛을 받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한다.

마치 어둠 속의 괴물이 불을 켜면 그저 그림자였음이 밝혀지는 것처럼, 기념일 반응도 그 정체를 알게 되면 힘을 잃는다. "아, 내가 이날 우울한 것은 아버지 기일이기 때문이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그 우울은 정체불명의 괴물에서 이해 가능한 슬픔으로 바뀐다.


애도의 완성


하지만 모든 상실이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녀를 잃은 부모나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경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특정한 날짜가 되면 그 고통이 되살아나곤 한다.

이것은 병이 아니라 사랑의 증거다.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다면, 그 사람을 잃은 날은 영원히 특별한 날로 남는다. 중요한 것은 그 고통을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의식적 기념의 힘


때로는 적극적으로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인의 기일에 가족이 모여 추모하거나, 혼자서라도 조용히 그 사람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한 여성은 매년 어머니 기일이 되면 어머니가 좋아하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또 다른 남성은 아버지 기일에 아버지가 즐겨 가던 산을 오른다. 이런 의식적 기념은 무의식적 반응을 건강한 애도로 전환시킨다.


치유의 시간 - 새로운 기념일 만들기


실제로 병원 기록을 보면, 많은 환자들이 수십 년의 간격을 두고도 이전에 병원을 찾았던 바로 그 주나 그 달에 다시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환자가 굳이 기억을 떠올리려고 해서가 아니라, 몸 자체가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노예가 아니다. 새로운 기념일을 만들 수 있다. 상처의 기념일을 치유의 기념일로, 상실의 시간을 성장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한 남성은 아버지를 잃은 날과 같은 날짜에 결혼식을 올렸다. 죽음의 날을 사랑의 날로 덮어쓴 것이다. 또 다른 여성은 유산한 날과 같은 날짜에 입양을 결정했다. 상실의 날이 새로운 가족을 맞는 날이 되었다.


사주와 운명의 재해석


사주명리학적 관점에서도 시간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가능성의 지도다. 흉한 운이 들어오는 시기를 미리 알면, 그 시기를 조심하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성운이 강하게 들어오는 시기에는 공부나 수양에 집중하고, 식상운이 오는 시기에는 창작 활동을 하며, 재성운이 오는 시기에는 경제 활동에 매진하는 식이다.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지혜.


우리 모두의 이야기 -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

기념일 반응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 이별, 실직, 이사 등 인생의 중요한 변화들이 모두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시간의 흔적을 남긴다.

첫 키스를 한 날, 첫 직장에 출근한 날, 아이가 처음 '엄마'라고 부른 날. 이런 기쁜 순간들도 우리 안에 기념일로 새겨진다. 그리고 매년 그 시기가 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낀다.

어쩌면 우리가 가끔 "오늘 왜 이렇게 우울하지" 또는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네"라고 느끼는 날들이 이런 숨겨진 기념일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의식적으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그 시간을 기념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나선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나선이다. 우리는 매년 같은 계절을 지나가지만,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은 다르다. 매년 같은 기념일이 돌아오지만,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한다.

열 살 때 잃은 아버지를 스무 살에는 다르게 기억하고, 서른 살에는 또 다르게 이해하며, 마흔 살에는 새롭게 화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는 흉터가 되고, 흉터는 이야기가 되며, 이야기는 지혜가 된다.

다음에 이유 없이 슬퍼지는 날이 있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이 혹시 특별한 날은 아닌지, 과거의 어떤 기억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달력을 펼쳐놓고 자신만의 기념일들을 표시해보는 것도 좋다. 기쁜 날도, 슬픈 날도, 그저 특별했던 날도. 그것들이 모여 당신이라는 사람의 역사가 된다.


시간이 주는 선물


결국 기념일 반응은 우리 마음이 얼마나 세밀하고 정교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시간이 흘러도 사랑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중요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그 기억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깊고 풍부한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단순히 현재에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과거를 품고, 미래를 꿈꾸며, 시간의 층위 속에서 입체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그날이 다가오면 이상해지는 당신. 그것은 당신이 깊이 사랑했고, 진정으로 살아있다는 증거다. 시간의 상처를 안고도 계속 살아가는 당신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 모두는 시간의 순례자다. 기쁨과 슬픔의 기념일들을 지나며, 매 순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조금씩 더 깊은 사람이 되어간다. 그것이 바로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참고문헌:

대리언 리더. 『우리는 왜 우울할까』 (서울: 동녘사이언스, 2011). 10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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