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중이었다. 30대 남성이 자살 충동을 이야기했다. "요즘 자꾸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이 하루를 살아야 하나' 싶어요." 그의 말을 듣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는 졸렸다. 눈꺼풀이 무겁고, 머리가 멍했다. '왜 이러지? 어젯밤에 잠을 충분히 잤는데...'
나는 졸음을 참으려고 애썼다. 커피를 마셨어야 했나? 하지만 졸음은 계속됐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게... 그의 감정이구나.' 그는 지금 죽은 것처럼 살고 있다. 삶에 대한 의욕이 없다. 모든 게 무기력하다. 그 무기력이 나에게 전염된 거다. 졸음으로. 나는 말했다. "제가 지금 이상하게 졸린데요. 혹시 당신도 항상 이런 느낌인가요? 살아있는데 죽은 것 같은?"
그가 놀라며 울었다. "맞아요. 정확히 그 느낌이에요. 저는 좀비 같아요. 움직이긴 하는데... 살아있는 게 아니에요." 내 졸음이 그의 무기력을 알려준 거다. 이게 역전이다. 상담자가 느끼는 감정이 내담자의 무의식을 드러낸다. 역전이는 잡음이 아니다. 신호다.
역전이란 무엇인가 - 프로이트에서 현대까지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란 뭘까? 원래 프로이트는 이것을 상담자의 문제로 봤다.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느끼는 감정이 상담자 자신의 무의식적 갈등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화가 난다면? 그건 상담자가 해결하지 못한 아버지 문제 때문이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서 화가 나는 거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역전이를 '제거해야 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현대 정신분석은 완전히 다르게 본다. "역전이는 환자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렘마, 2022: 267). 상담자가 느끼는 감정이 내담자의 무의식을 반영한다는 거다. 내담자가 말하지 않는 것, 내담자도 모르는 것이 상담자의 감정을 통해 드러난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라고 말하는데, 상담자는 이상하게 슬프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이게 뭘까? 내담자의 억압된 슬픔이다. 내담자는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데, 상담자가 대신 느끼는 거다.
"역전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상담자의 개인적 문제에서 오는 역전이.
둘째, 내담자의 투사에서 오는 역전이"(바우어, 2023: 178). 쉽게 말하면 이렇다.
첫 번째는 상담자의 것이다. 상담자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반응하는 거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권위적인 말투로 이야기하면, 상담자는 화가 난다. 왜? 상담자의 아버지가 권위적이었고, 그 상처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건 상담자가 처리해야 할 문제다.
두 번째는 내담자의 것이다. 내담자의 무의식이 상담자에게 투사된 거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상담자는 갑자기 불안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힌다. 이건 내담자의 억압된 불안이다. 내담자는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데, 상담자가 대신 느끼는 거다. 이건 내담자를 이해하는 열쇠다.
역전이의 종류들 - 다양한 감정들
역전이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졸음'이다. 상담 중에 갑자기 졸린다. 눈꺼풀이 무겁고, 집중이 안 된다. 이게 뭘까? 내담자의 무기력일 수 있다. 또는 내담자의 해리(dissociation)일 수 있다. 내담자가 지금 여기에 없다.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 그래서 상담자도 멍해지는 거다.
둘째, '분노'다. 상담자가 갑자기 화가 난다. 내담자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짜증난다. 이게 뭘까? 내담자의 억압된 분노일 수 있다. 내담자는 착하게 굴지만, 속으로는 분노로 가득하다. 그 분노가 상담자에게 전염된 거다. 또는 내담자가 상담자를 무의식적으로 공격하고 있을 수 있다. 은근히 무시하거나, 폄하하거나, 무력하게 만들거나.
셋째, '불안'이다. 상담자가 갑자기 불안하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언가 잘못될 것 같다. 내담자가 자살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게 뭘까? 내담자의 억압된 불안일 수 있다. 내담자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극도의 불안 상태다. 그 불안이 상담자에게 전달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