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 만난 40대 사업가 P씨의 이야기다. P씨는 성공한 사람이었다. 부동산 여러 채, 주식 포트폴리오, 사업체 두 개. 누가 봐도 부자였다. 그런데 P씨는 만족하지 못했다.
"선생님, 저는 왜 이럴까요? 돈을 벌면 벌수록 더 벌고 싶어져요. 건물 하나 사면 또 하나가 욕심나요. 이 정도면 됐다 싶은데, 자꾸 더 큰 걸 보게 돼요. 저는 욕심쟁이인가요?"
P씨의 사주를 봤다. 재성이 가득했다. 정재 두 개, 편재 하나. 나는 P씨에게 말했다. "욕심쟁이가 아니에요. 당신은 욕망하도록 설계된 거예요. 재성이 많은 사람은 원래 그래요. 채우면 채울수록 더 채우고 싶어져요. 이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에요. 구조의 문제예요."
P씨가 물었다. "그럼 저는 평생 만족 못 하나요?" 나는 대답했다. "만족은 환상이에요. 인간은 원래 만족 못 해요. 특히 재성이 많으면 더 그래요. 욕망은 끝이 없어요. 하나를 얻으면 다음 것이 보여요. 그게 인간이에요."
이게 재성이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재성이란 뭔가? 전통 명리학에서는 돈이라고 한다. 재물, 아내, 물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본질은 이거다. 재성은 내가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대상이다. 내가 얻으려는 것, 내가 가지려는 것, 내가 관리하려는 것. 손에 넣고 싶은 모든 것. 이게 재성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재성은 아무리 얻어도 만족을 주지 않는다. 돈을 벌어도, 집을 사도, 사업을 성공해도. 항상 다음이 있다. 더 큰 것,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
왜 그럴까?
정신분석가 브루스 핑크는 욕망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한다. "욕망은 한 대상에 잠시 안착할 수 있지만 그것에 영원히 놀리앉지 않는다"(핑크, 2021: 56). 욕망은 어떤 대상을 얻으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른 대상으로 미끄러진다. 끊임없이.
당신이 새 차를 욕망한다고 해보자. "저 차만 사면 행복할 거야." 그래서 산다. 처음 며칠은 행복하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면? 익숙해진다. 행복감이 사라진다. 그리고 더 좋은 차가 눈에 들어온다. "아, 저 차가 더 좋네." 욕망이 다시 시작된다.
이게 욕망의 메커니즘이다. 얻으면 또 다른 것이 보인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대상 a: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것
프로이트는 말했다. "우리가 만나게 될 모든 대상들은 잃어버린 대상의 재발견일 뿐이다"(맹정현, 2022: 151). 무슨 뜻일까?
어릴 때 어머니 젖가슴을 빨던 그 순간. 완전한 안정감. 완전한 만족. 하지만 그건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실제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 대체물을 찾는다. 아이는 손가락을 빤다. 젖병을 빤다. 장난감을 빤다. 어른이 되면 돈을 번다. 집을 산다. 명품을 산다. 하지만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왜? 우리가 진짜 찾는 건 그게 아니니까.
라캉은 이 구조를 '대상 a'(objet petit a)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대상 a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 번도 완전히 가진 적 없지만, 평생 찾아 헤매는 것. 모든 욕망을 작동시키지만, 절대 손에 잡히지 않는 것. 쉽게 말하면 이렇다. 우리 안에 구멍이 있다. 결핍이 있다. 그 구멍을 채우려고 우리는 돈을 번다. 물건을 산다.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그 구멍은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왜? 그 구멍이 채워지는 순간, 욕망이 멈추니까. 욕망이 멈추는 순간, 우리는 살아있는 느낌을 잃으니까.
그래서 무의식은 교묘하게 작동한다. 하나를 얻으면 다음 것이 보이게 만든다. 채워도 또 비어있게 만든다. 이게 대상 a의 메커니즘이다. P씨가 건물을 욕망한 것은 건물 때문이 아니다. P씨는 건물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욕망했다. 그 무언가는 대상 a다. 절대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그래서 건물을 사도, 또 다른 건물이 보인다.
핑크는 이 끝없는 욕망의 구조를 명확히 짚는다. "욕망 그 자체는 끝이 없는 미끄러짐과 이동일 뿐이다"(핑크, 2021: 57). 욕망의 목적은 충족이 아니다. 욕망의 목적은 더 큰 욕망이다. 대상 a는 욕망을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다.
재성이 많은 사람은 이 대상 a에 더 강하게 사로잡힌다. 그래서 더 많이 채우려 한다. 더 많이 얻으려 한다. 하지만 얻으면 얻을수록, 더 허전해진다. 이게 재성의 역설이다.
재성은 내가 통제하는 대상이다
재성이 뭔가? 나를 극하는 오행이다. 갑목인 사람에게는 토가 재성이다. 무토(정재)와 기토(편재). 병화인 사람에게는 금이 재성이다. 경금(정재)과 신금(편재). 내가 극하는 것. 내가 통제하는 것. 내가 관리하는 것. 이게 재성의 본질이다.
재성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돈은 가장 명확한 재성이다. 돈은 내가 관리한다. 내 통장에 들어온다. 내가 쓴다. 내가 통제한다. 하지만 재성은 돈만이 아니다.
아내도 재성이다. 왜? 전통적으로 아내는 남편이 "얻는" 존재였으니까. 소유하는 존재였으니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지만, 사주의 구조는 그대로다. 재성은 관계에서 내가 통제하려는 대상을 의미한다. 물질도 재성이다. 집, 차, 명품, 부동산. 내가 소유하는 모든 것. 사업도 재성이다. 내가 관리하는 회사, 내가 운영하는 가게.
재성이 많은 사람은 이런 것들을 욕망한다. 손에 넣고 싶어한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통제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재성은 대상 a를 향한 욕망이 구체화된 것이다. 돈도, 집도, 사업도 결국 대상 a를 대체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아무리 얻어도 만족이 없다.
정재와 편재: 안정적 소유와 불안정한 소유
재성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재와 편재. 둘 다 내가 극하는 오행이지만, 음양이 다르다. 정재는 음양이 다르고, 편재는 음양이 같다. 이 차이가 소유 방식의 차이를 만든다.
정재는 안정적 소유다. 고정된 것. 예측 가능한 것. 월급, 아내, 부동산.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정재다. 내가 관리할 수 있다. 얼마가 들어올지 안다.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아내도 정재다. 법적으로 내 배우자다. 관계가 안정적이다. 부동산도 정재다. 한번 사면 내 것이다.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정재가 강한 사람은 안정적으로 모은다. 차곡차곡 쌓는다. 계획적으로 관리한다. 위험을 싫어한다. 확실한 것만 추구한다. 월급쟁이가 많다. 정규직을 선호한다. 저축을 좋아한다. 부동산 투자를 한다. 한번 사면 오래 가지고 있는다.
편재는 불안정한 소유다. 유동적인 것. 예측 불가능한 것. 사업 수익, 외도, 투자 수익. 사업은 편재다. 이번 달 벌어도 다음 달은 모른다. 들어올 수도 있고 안 들어올 수도 있다. 투자도 편재다. 주식, 코인, 부동산 투자. 수익이 날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외도도 편재다. 법적 배우자가 아니다. 불안정하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
편재가 강한 사람은 크게 벌고 크게 쓴다. 한꺼번에 들어오고 한꺼번에 나간다. 돈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 월급으로는 만족 못 한다. 사업을 한다. 투자를 한다. 위험을 감수한다. 큰돈을 노린다. 한방을 노린다.
정재는 천천히 쌓고, 편재는 한번에 번다. 정재는 안정적이고, 편재는 불안정하다.
재성이 많으면 평생 욕망한다
사주에 재성이 많으면 어떻게 되는가? 평생 욕망하며 산다. 돈을, 물질을, 사람을. 얻으면 또 다른 것이 보인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재성이 많은 사람의 인생을 보자. 어릴 때부터 돈에 관심이 많다. 용돈을 모은다. 가게 놀이를 한다. 장사를 상상한다. "나중에 크면 돈 많이 벌 거야." 물질적 풍요를 꿈꾼다. 돈이 없으면 불안하다. 가난을 싫어한다.
청년이 되면 돈을 벌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용돈을 벌어야 마음이 편하다. 부모님 손 벌리기 싫다. 내 돈으로 내가 사고 싶다. 연애할 때도 경제력을 본다. 돈 없는 사람은 불안하다. 안정적인 직업, 경제적 능력. 이게 중요하다.
어른이 되면 본격적으로 재물을 축적한다. 정재가 많으면 월급을 모은다. 저축한다. 부동산을 산다. 차곡차곡 쌓는다. 편재가 많으면 사업을 한다. 투자를 한다. 크게 벌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만족은 없다. 벌면 벌수록 더 벌고 싶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다. 핑크는 이 끝없는 욕망의 구조를 설명한다. "욕망은 어떤 특정 대상에 고착되지 않고 더 큰 욕망만을 추구할 뿐이다"(핑크, 2021: 57). 욕망의 목적은 충족이 아니다. 욕망의 목적은 더 큰 욕망이다.
재성이 많은 사람은 대상 a를 더 강렬하게 추구한다. 그래서 돈 때문에 살고 돈 때문에 죽는다.
재성이 없으면 욕망이 약하다
반대로 사주에 재성이 없으면? 물질 욕망이 약하다. 돈에 대한 집착이 없다. "돈?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아." 물질보다 정신을 중시한다. 소유보다 존재를 추구한다.
재성이 없는 사람은 돈을 못 번다기보다는, 돈에 관심이 없다. 벌어도 모으지 않는다. 쓴다. 나눈다. 베푼다. "돈은 돌고 도는 거야."
재성이 없는 사람은 물질적으로 부유해지기 어렵다. 왜? 욕망이 없으니까. 돈을 벌 동기가 약하다. "그 정도면 됐어." "이만하면 살 만해." 만족을 빨리 한다. 더 벌고 싶은 욕구가 없다. 승진에도 관심 없다. 사업에도 관심 없다. 그냥 살 만큼만 벌면 된다.
재성이 없는 사람에게 재성운이 오면? 갑자기 돈이 보인다. 물질적 욕망이 생긴다. "돈을 벌고 싶네?" 처음엔 낯설다. 하지만 한번 맛보면 계속 하고 싶어진다. 재성운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역시 돈은 내 것이 아니야."
재성운이 오면 욕망이 구체화된다
일년 신수에서 재성운이 오면 어떻게 되는가? 욕망의 대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돈을 벌 기회가 온다. 물건을 살 기회가 온다. 사람을 만날 기회가 온다. 재성운은 소유의 운이다. 얻는 운이다. 손에 넣는 운이다.
천간에 정재가 오면? 의식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생각한다. "월급을 올려야겠다." "부동산을 사야겠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해." 말로는 안정을 추구한다. 실제로도 안정적인 기회가 온다. 월급 인상, 보너스, 부동산 매입 기회.
천간에 편재가 오면? 의식적으로 큰돈을 생각한다. "사업을 해볼까?" "투자를 해볼까?" "대박 한번 쳐볼까?" 말로는 큰 것을 꿈꾼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지를 봐야 한다. 지지에 뭐가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지지에 정재가 오면? 무의식적으로 안정을 추구한다. 말로는 안 하는데 행동으로 드러난다. 저축을 시작한다. 부동산을 알아본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는다. 지지 정재는 말보다 행동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돈이 모인다.
지지에 편재가 오면? 무의식적으로 큰돈을 노린다. 말로는 "아니야, 안정이 중요해"라고 하는데 행동은 다르다. 주식을 산다. 코인을 한다. 사업을 구상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다르다.
천간은 안정(정재)인데 지지는 모험(편재)이면? 말로는 "안정적으로 모아야지"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투자를 한다. 위험하다. 지지 편재는 통제가 안 된다.
내담자 사례: 부동산을 사고판 해
내담자 Q씨는 50대 여성이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았다. 검소하게 살았다. 월급을 모았다. 부동산 한 채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 Q씨가 이상해졌다. 갑자기 부동산에 관심이 생겼다.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분양 정보를 모았다. 투자 세미나에 다녔다. 가족들이 이상하게 여겼다. "엄마 왜 그래?" 하지만 Q씨는 멈출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겠어. 자꾸 사고 싶어."
Q씨의 그해 신수를 봤다. 천간에 정재, 지지에 편재. 완벽한 재성운이었다. 천간 정재는 "안정적으로 부동산을 사자"는 의식을, 지지 편재는 "크게 투자해보자"는 무의식을 보여줬다.
Q씨는 결국 부동산을 하나 더 샀다. 대출을 받았다. 처음 해보는 투자였다. 가족들이 걱정했다. "괜찮아?" Q씨는 자신 있었다. "잘될 거야." 2년 후 그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Q씨는 팔았다. 차익이 컸다. Q씨는 신이 났다. 다시 샀다. 또 올랐다. 또 팔았다. 계속 반복했다.
5년 동안 Q씨는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다. 검소하게 살던 월급쟁이가 부동산 투자자가 되었다. 나중에 Q씨가 말했다. "선생님, 그때 재성운이 아니었으면 저는 평생 월급만 모으고 살았을 거예요. 재성운이 저를 바꿨어요."
이게 재성운이다. 욕망이 깨어나는 것이다. 손에 넓고 싶어지는 것이다. 대상 a가 눈앞에 구체화되는 것이다.
재성의 양면: 풍요와 집착
재성은 좋은 것인가? 아니다. 재성은 양면이다. 재성이 적당하면 풍요롭다. 물질적으로 안정적이다. 먹고사는 걱정이 없다.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 경제적 자유가 있다.
하지만 재성이 너무 많으면? 집착이 된다. 돈에 집착한다. 물질에 집착한다. 사람에게도 집착한다. 소유욕이 강해진다. "이건 내 거야." 놓지 못한다. 통제하려 한다. 관계가 망가진다.
재성이 너무 많은 사람은 인간관계도 재성으로 본다. 사람을 소유하려 한다. 통제하려 한다. "넌 내 사람이야." 배우자를, 자식을, 친구를. 내 것으로 만들려 한다. 상대가 숨막혀한다. 도망간다. 관계가 깨진다. 재성이 너무 많으면 사랑도 소유가 된다.
재성운이 너무 강하게 오면? 돈에 눈이 멀 수 있다. 투자에 올인한다. 사업에 몰빵한다. 위험을 못 본다. "이번엔 대박이야." 확신한다. 하지만 망할 수 있다. 빚을 질 수 있다.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재성운은 기회지만 동시에 함정이다.
재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재성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첫째, 욕망을 인정하라. 돈을 좋아하는 게 나쁜 게 아니다. 물질을 추구하는 게 천박한 게 아니다. 재성이 많은 사람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욕망하도록 설계되었다. 부끄러워하지 마라. 인정하라.
둘째, 만족은 환상임을 알아라. "이 정도면 됐어"는 없다. 재성이 많은 사람에게 만족은 오지 않는다. 벌면 벌수록 더 벌고 싶다. 핑크는 이 구조를 정확히 짚는다. "욕망 그 자체는 끝이 없는 미끄러짐과 이동일 뿐이다"(핑크, 2021: 57). 대상 a는 절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책하지 마라. 대신 다른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라. 돈에서 찾지 말고 관계에서, 의미에서, 경험에서 찾아라.
셋째, 특히 편재가 많으면 위험 관리를 하라. 한방을 노리지 마라. 한꺼번에 투자하지 마라. 분산하라. 여러 곳에 나눠라. 한 곳이 망해도 다른 곳이 있게 하라. 편재는 들어오기도 쉽고 나가기도 쉽다. 조심하라.
넷째, 사람을 재성으로 대하지 마라. 배우자는 내 소유물이 아니다. 자식도 내 소유물이 아니다. 친구도 내 것이 아니다. 사람을 통제하려 하지 마라. 놓아줘라. 소유하려 하면 떠난다. 놓아주면 머문다.
브루스 핑크·맹정현(2021). 『라캉과 정신의학』. 민음사.
맹정현(2022). 『프로이트 패러다임』.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