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캐나다, 해가 뜨지 않아도 아침이라니

by 또랑


어학원 첫날, 여덟 시 조금 전에 집을 나섰다. 밖을 나가보니 아직 달이 떠있었다. 버스정류장까지 5분 정도 걸으니 멀리 보이는 나무 너머 동이 트기 시작했다. 해가 뜨지 않은 채로 맞이하는 아침이 새롭다. 어둑한 시간에도 버스 안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학원 첫날 일정은 오전에 시험을 치고 여러 안내를 받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캐나다 가기 전에 아이엘츠 공부를 조금 해서 가려고 했는데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도 브런치에 꾸준히 영어 일기를 써서 그런지 영어가 조금 늘어서 학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반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학생으로 책상에 오래 앉아있으니 좀이 쑤신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생리까지… 오후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학원에서 날마다 수업 후에 다른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있고, 무료인 것도 있다. 이번 주에 하키 경기를 보러 가봐야겠다.


또 빅토리아 전반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셨는데, 응급상황이 아닌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을 때에는 Clinic을 가야 한다. Hospital로 가면 진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또 되도록 피하도록 권하는 구역이 있는데 위의 사진에 표시된 두 곳은 노숙자나 마약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가지 말라고 했다. 어학원이 전반적으로 체계가 잘 잡혀있고, 친절하고, 공간도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 오후 수업에서도 선생님도 열의가 있고 학생들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것이 느껴졌다.






일정을 끝내고 친구들과 시내를 한 바퀴 걸었다. 걷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곳. 빨간 벤치와 빈티지한 건물이 보기 좋게 어울린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 꼭 걸어야 했다. 내일부터 비가 예정되어 있으니…







급격히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러 마카롱 가게에 들렀다. 단 게 당기고, 구글 평점이 높고, 가까워서 갔는데 마카롱이 아기자기하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맛들도 많이 있다. 이를테면 내가 산 진저브레드 맛! 쫀쫀하고 달콤하고 맛있었다. 세금까지 하나에 2800원 꼴이라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발길이 닿는 대로 베이 센터라는 쇼핑몰도 구경했다. 많은 매장이 있지 않지만 건물이 예쁘다. 안에 크리스마스 크리가 여러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는데, 아래 사진의 트리는 어느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꾸민 것이다.


Every child matters!






굳었던 머리를 써서 인지 배가 너무 고팠다. 부엌에 있는 과자를 먹으면서 밀크티를 만들었다. 요즘 내 최애 티 레시피는 홍차 티백 하나, 물 1/3, 하프 앤 하프 크림 2/3, 메이플 시럽 약간. 정말 맛있다.


캐나다는 우유와 크림의 지방 농도가 세분화되어 있는데 쫀득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유보다 지방 10% 크림 (하프 앤 하프)을 추천한다. 한국 마트에 파는 생크림보다 훨씬 묽고 거의 우유와 질감이 비슷하다.



카라멜 체다치즈 팝콘 너무 맛있다. 지금까지 먹어본 캐나다 과자 중에 손에 꼽힌다. 간식을 먹다가 타미랑 같이 저녁을 만들었다. 오늘은 김치볶음밥! 캐나다 가정집에서 김치볶음밥이라니, 신기하겠지만 타미는 가족들 모두가 인정하는 요리퀸이다. 버섯을 썰고, 프라이팬에 김치를 넣고 같이 하니 금방 완성됐다. 샐러드와 할라피뇨, 하바티 치즈를 곁들여 먹으니 든든하다. 매번 따뜻한 저녁을 해주는 타미에게 매번 감사함을 느낀다.







저녁을 먹고 취미 부자인 타미와 릭의 이야기를 들었다. 릭은 은퇴 전에 배를 만드는 일을 했고, 나무 캐비닛 제작 자격증도 있다고 했다. 아래는 아들 결혼식에 만들어준 방명록 액자. 하트 안에 방문객 이름을 하나하나 써넣도록 한 아이디어가 너무 사랑스럽다.


오른쪽 사진은 아들이 아기였을 때 만든 배 모양의 흔들 침대이다. 릭이 배를 만들고, 안에 배 모양 천은 타미가 덧대어 완성했다고 했다. 낭만치사량이 이미 넘어버렸다.



타미와 내가 크로셰 취미가 같은 것을 알게 되고 타미가 실과 바늘을 선물했다. 색감이 너무 이쁘다. 릭과 타미를 위한 선물도 하나 만들고 싶다. 우선 쌀쌀함을 막아줄 목도리를 가볍게 하나 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