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것은..!"
할머니께서 운을 띄우자 지은 점장은 그녀의 말을 경청해 들었다. 반면, 송이는 자신이 가진 판타지가 깨져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관심을 잃은 거 같아 보였다. 옆에 있는 동현도 할머니 말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동현은 자신의 똑똑함에 대해 어필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좌절되자 바로 흥미를 잃은 거 같아 보였다. 할머니는 우리 세명을 돌아가면서 보시더니 잠시 고민하는 듯해 보였다.
"먼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거 같구나."
역시 과거 교사였던 경력이 있어 그런지,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듯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사랑은 성숙함과 미성숙함으로 나뉘어. 미숙한 사랑은 타인 의존, 지배, 착취등의 형태로 나타나지. 그것은 자신의 사랑을 타인으로부터 가져오려고 하는 마음에서 부터 나오는 거야.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타인을 수단으로 바라보는 거지."
지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요즘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지 않나 생각했다. 다들 타인을 바라볼 때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사용하려고들 든다. 결혼을 예시로 들면 상대편의 경제적인 것, 외모, 그리고 가진 것들을 보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 사람을 선택한다.
"그리고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해선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해. 먼저 혼자 있을 줄 알아야 하지. 사람들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항상 자신의 옆에 있어주기를 바래한단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하나의 착취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혼자 있으면서 스스로 본인의 고독을 컨트롤 해야 타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단다.
두 번째는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야. 객관적으로 타인을 보고 그 모습이 자신에게 맞지 않았을 때 그것 또한 사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지.
마지막으로는 주는 행위야. 주는 것으로 행복을 느껴야 가능한 것이지. 서로 주고 받는 것으로 부터 행복을 느껴야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가 있어."
우리 셋은 할머니의 말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는 마지막 말을 마치며 우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우리가 당연히 그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할머니는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나셨다.
"나는 그러면 이만 집으로 가봐야겠어. 다들 그 말뜻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 봐."
다들 할머니의 말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은 혼자 그 자리에 남았다. 혼자 카페에 남아 지은은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찾아오는 많은 손님들을 지켜보았다. 친구끼리 온 사람들 그리고 연인끼리 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 속에서 보여주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연인끼리 온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신에 대한 관심 또는 애정을 갈구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그것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볼 때 지은은 할머니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의 사랑을 보이는 하나의 형태...
오늘 오전에 밀크티를 시켰던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형태로 타인을 사랑했던 것일까..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그것을 갈망했던 것일까... 그녀가 이게 사랑인 걸까 고민한 것도 그래서 인걸까.. 지은은 오전에 밀크티의 그녀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밀크티의 그녀가 그를 이런 방식으로 바라보는 게 맞는 것일 까 고민했던 것은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을 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은은 사랑에 대해 고민하며 찾아온 밤을 맞이했다. 본인은 자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조차 아직 힘든 상태였다. 그런 그가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아직 그녀에겐 그런 것이 너무 까마득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언젠가는... 지은 본인도 진정으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그렇게 깊은 밤은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