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블 Sep 04. 2024

사랑이란 무엇일까_
빈 밀크티 잔 (1)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왔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송이였다.


"다들 여기에 모여 계셨네요."


송이의 특유의 밝은 목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졌다. 


"마침 방금 손님도 가시고 한가하던 차였어요. 뭐 좀 드릴까요? 방금 동현 님께 부탁하셨던 빵 받아서 조금 먹어보았는 데 부드럽고 맛있더라고요. 드시도 싶으신 거 아무거나 말씀하세요. 오늘은 무료로 드릴게요!"


무료라는 말에 송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러면 저는 블루레몬에이드요!"


 그 말을 하는 송이의 뒤에 보이지 않는 꼬리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지은은 그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부엌에 들어갔다. 송이는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휙 돌려 동현과 할머니가 계신 쪽을 돌아보았다.


"무슨 얘기들 하고 계셨어요?"


 송이는 메고 있던 가방을 벗으며 얘기했다. 가방에는 기다란 종이와 붓들이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상태였다. 작업을 하다가 돌아오는 길 같아 보였다.


 "사랑에 대한 얘기 중...!"


 동현이 심드렁한 말투로 관심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내가 왜 이런 주제로 얘기를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송이는 그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사랑에 대해서 얘기 중이셨다고요?!! 사랑... 사랑이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각오하는..! 그런 아름다운... 그런 게 사랑 아니겠어요?!"


 송이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이 앞으로 내밀고 말을 했다. 그 모습은 송이가 극에서 역할을 맡아 단상 앞에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는 동현은 작은 목소리로 또 시작이네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서로 운명인... 네가 없으면 안 돼.. 라던지..! 꺄아!!!"


 송이는 두 볼을 손으로 감싸쥐고 소리를 질렀다. 동현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쯧쯧 혀를 차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할머니는 그녀가 마냥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 그런 건 다 판타지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쯧쯧 혀를 차며 동현은 차가운 얼음 한 가운데에 돌맹이를 던지듯 했다. 송이는 그런 말을 하는 그를 눈을 흘겨 째려보았다. 

 동현의 차가운 말 덕분에 송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절대 그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고개를 돌리고 앉아 있었다. 그때 부엌안에서 지은은 분위기를 살피며 음료를 들고 나왔다. 지은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싶어 둘을 번갈아보며 다가왔다. 다가온 그녀의 손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시원해 보이는 블루레몬에이드가 들려있었다. 


 "여기 주문한 음료 나왔습니다."


 지은은 그 음료를 송이 앞에 놔 주려 테이블에 손을 뻗었고, 송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음료가 책상에 놓아지자 송이는 빨대로 음료수를 두 볼 가득해지게 빨아들였다. 그 모습은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를 두 볼 한가득 넣고 먹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동현은 헛기침을 하며 하던 말을 마저 이었다.


 "방금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너무 미디어에서 사람들에게 사랑이니 운명이니 하면서 판타지를 심어주었어. 드라마에서 네가 없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막상 자기 갈 길을 가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돌아보지 않고 갈걸? 그리고 서로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는 얘기나... 운명적인 사랑? 나는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 다고 생각해."


 말을 장황하게 한 그는 마치 한건 해냈다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있었다. 본인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게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말을 다 마친 그는 전쟁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사람처럼 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그 말을 듣는 송이는 그의 말에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그의 말이 그녀의 귀에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점장님은요? 지은님은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지은은 생각에 빠진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도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은은 웃으며 말을 했다.


 "저보다 경험이 많은 할머니께 여쭤보는 것이 더 좋은 내용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은 점장의 말에 다 같이 할머니를 쳐다보게 되고 할머니는 세 명을 번갈아 가며 보셨다. 


 "글쎄.. 나 같은 노인에게 물어보는 것 보다 젊은 사람들끼리 토론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아니에요. 분명 더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할머니의 눈가엔 인자한 웃음이 지어졌고 그 웃음과 세월이 함께한 주름이 생겨났다. 그리고 말씀을 시작하셨는 데 발음이 또박또박하셨고 목소리도 맑으신게 오랜 교직생활의 느낌이 묻어났다. 분위기는 굉장히 차분했다.


 "사랑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존재해요. 여러분들이 흔히 접하는 남녀간의 사랑도 그 중 하나이지요.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만 존재하지는 않아요.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랑이 존재해요. 부모를 향한 사랑 또는 자식을 위하는 마음..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에서 나오는 사랑 또는 우정에서 나오는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등등 ..." 


 그때 송이가 말을 했다.


 "저희가 접하는 남녀간의 사랑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사랑이요! 우연적인 만남이나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그런 로맨틱한 사랑들 있잖아요..!"

 "그것은...."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런 나이든 늙은이가 요즘 뭐가 유행하는 지 잘 몰라 이렇게 말을 꺼내는 게 맞는 지 잘 모르겠지만... 이 할머니가 보기에...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구나. 내가 보기에 그건 본인 안에 있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상대방에게서 요구하는 거 같아. 진정으로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하기 어렵지.

 진정으로 상대방을 좋아하는 건 상대방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위하게 된단다. 이 할머니가 보기에..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자신 안에 있는 결핍욕구를 채우고자 상호 교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사랑같아 보이는 구나.. ."


 할머니의 말을 듣고 송이님은 풀이 죽은듯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귀와 꼬리가 쳐져있는 것 같았다. 그걸 안쓰럽게 쳐다보던 지은은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면 할머니께서 생각하시기에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사랑이라는 것은... 

이전 18화 사랑으로 속앓이를 할 때_ 흑당 밀크티_(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