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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y 24. 2024

<아버지의 눈물>

〔소설〕결국 해피엔딩 2


“실례합니다.”


건우 아버지다. 딱 보니 그렇다.

붕어빵이네.


“네, 그런데,”

“여기가 윤건우가 지내는 댁이죠?”

“네,

“안녕하세요? 송구하지만 그 아이 아버집니다.”

“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죄송하다면서 아이가 지내는 방을 보고 싶다 길래 방문을 열어주었다.

집을 좀 둘러봐도 되겠냐 해서 그러라고 했다.

어디서 지내는지 알려 달라는 데도 굳이 싫다 해서 아이의 뒤를 밟아 이 댁인지 알게 됐노라며 본인이 찾아온 건 당분간 말하지 말아 달래서 그러겠다 했다.

낯선 남자의 등장에 엄마는 멀뚱멀뚱 보고만 계신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 아냐 엄마? 작은 붕어빵이 엄마 아들이잖아.


우리 집 옆 건물 카페에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건우가 중학교 2학년 때 본인의 아내 말하자면 건우네 엄마가 무슨 뭐라고 하는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단다. 건우네 세 식구 누구네 보다 화목했고 부부 사이도 더없이 좋았고 건우의 엄마 사랑은 그야말로 끔찍할 지경이었단다.


그러니 엄마 냄새가 더 간절했겠구나.


그런 건우에게 엄마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을 테지만 아이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건 솔직히 말해 본인의 이른 재혼 때문 이란다.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질 때까지 충분히 기다렸어야 했는데 본인의 성급함이 너무 어리석었던 것 같고 배신자 아빠라면서 건우가 마음을 닫아버린 게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프단다. 아이의 거친 반항도 서글픈 울음도 너무 가슴 아픈데 이제 와서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며칠 전에는 재혼한 아내가 출산한 아기를 처음 봤는데 건우의 표정이 말할 수 없이 슬퍼 보였단다.


그 늦은 밤, 건우의 굽은 등에 얹혀 있던 게 배신감과 슬픔이었나. 그 와중에 방 빼라 했으면 큰 일 날 뻔했네.


이러다 아들을 잃어버리게 될까 봐 두렵단다.


두려워하는 아버지가 여기 또 있네.


나가 살고 싶다는 걸 무작정 안 된다고 하면 그냥 뛰쳐나가 버릴까 봐 집 가까운 곳에 원룸을 얻어줬는데 밖으로만 나도는 것 같아 너무 불안하던 참이었단다.

우리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궁금해하는 것 같아 대충 말해 줬다. 엄마가 치매시고 나랑 둘이 산다고도 했다.


“괜찮으시면 건우 우리 집에서 계속 있게 할게요.”

“그래도 될까요? 그래 주시면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 댁 환경도 너무 좋던데요.”

“네 건우 사정을 알게 돼서 저도 이제 안심이 되고요. 아이가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주거비용을 부담하고 싶다는 걸 아이의 용돈이나 학비 등은 알아서 하실 거고 집에서는 별다르게 드는 비용은 없으니 됐다고 했다.


“아이가 잘 컸어요. 겪어보니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같아요.”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건우의 아버지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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