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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y 25. 2024

<공허의 질감>

〔소설〕Dear my Sorrow 2


건우가 어둠을 향해 앉아있다.


세상에 엄마가 없다는 건 어떤 걸까

영혼의 절반이 싹둑 잘린 채 사는 것일까.

엄마를 잃은 건우의 마음에도 공허함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품기엔 너무도 어린 나이인데 기쁘니까 더 슬퍼지고 행복할수록 더 아쉬워 눈물 흐르게 하는 것

어쩌냐, 건우야

니 가슴속에 있는 그것의 질감을

내 것인 듯 알고도 안다.


“건우야, 뭐 해?”

“아, 네. 그냥 바깥공기가 좋아서요.”

“잠깐 앉아도 돼?”

“네.”

“며칠 전에 건우네 아버지 뵀어.”

“네? 우리 아빠를 요?”

“왜 여기서 지낸다고 말 안 해 드렸어?”

“그냥요.”

“아버지 걱정 많이 하시라고?”

“네, 그건,”

“아빠한테 사정얘기 들었어. 엄마얘기, 아빠얘기, 건우한테 동생이 생겼다는 것도.”


대답이 없다.

“근데 건우야, 넌 니 아버지가 진짜 싫어?”

대답하지 않는다.

“새엄마는 너한테 못되게 구셔?”

“그건 아니에요. 잘해 주려고 노력하는 건 알아요.”

“그러니까 아빠가 엉뚱한 사람이랑 행복한 이 상황이 싫은 거지?”

“엄마가 너무 불쌍해요. 엄마가 돌아가신 지가 얼마나 됐다고. 기다렸단 듯이.”


말끝에 울음이 달려있다. 건우의 어깨를 안아 주었다. 어린것이 엄마를 잃은 슬픔은 가늠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아버지마저 잃어버린 줄 알겠지.


“근데 건우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잘해보라고 응원해 줄 거 같아. 아빠가 깊은 불행에서 사는 것보다 좋은 사람 만나 다시 행복해질 수 있으면 오히려 다행 아냐? 돌이킬 수 없는 걸로 모두가 불행할 필요는 없잖아.”


“건우야,

살아보니 뭐든 치명적인 건 없는 거 같아.

당장은 너무 아파서 아프지 않은 날이 다시 안 올 거 같아도 그렇지 않아.

살아 있으면 올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와.

아버지 얘기 들으면서 건우가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들겠구나 생각했어.

그런데 건우야

그 아픔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널 잘 지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불행해지려고 하지 말고

자꾸자꾸 행복해지려고 노력해, 알겠지?”


건우의 어깨가 들썩인다.

가엾은 것.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근데 윤건우, 나 궁금한 게 있어."

"네, 뭐가요?"

"그 엄마 냄새가 누구한테 난 거야?"

"아, 그거요? 모르죠. 그때 잠결이어서."

"뭐라고?"

"아, 근데 똑같아요. 두 분이 냄새가 똑같아요. 그리고 이 집에 가득해요 그 냄새가. 이 집에 아주 그냥 배어있어요. 그래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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