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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r 02. 2024

<노란 약>

〔소설〕결국 해피엔딩


미자 씨는 밤새 꾸역꾸역 졸다가

희번덕 깨기를 반복했다.


목이 빠지다 못해 

온 영혼마저 야위도록 기다리던 당신 새끼가

왜 멀쩡한 대문을 두고

담을 넘어 들어왔는지

얌전하기 그지없던 어린 아들이

술 냄새를 풍기며

빗속에 나자빠져 있었는지

그 새끼가 진짜 당신 새끼가 맞는지

따지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다.


그냥 내 집으로 왔으니 내 새끼지.

맨날 

학교 갔어요, 야자라 늦어요, 요새 공부하느라 바빠요,

수학여행 갔어요, 코빼기는 보이지도 않고

말로만 전해 듣던 아들,


오늘은 언제 오려나 

마침 기다리고 있던 참인데

그리 왔으니 내 아들이지.


뭘 마침 기다리던 참이야, 엄마 평생 기다렸잖아.     


열예닐곱이나 됐으려나

고열에 거의 혼절상태로 시달리는 아이,

어디서 쌈질을 했는지 아니면 그냥 맞기만 했는지

눈탱이는 시퍼런 꼴로 깊은 잠에 빠진

당신 새끼 이마에

엄마는 요오드 액을 바르신다.


“미자 씨, 뭐해요?”

“우리 아들이 아파. 여기가 뜨거워. 이거 바르면 시원해져. 금세 나.”


그거 바르면 열도 내려요?

화병에

화닥질 난 가슴에 바르는 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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