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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r 01. 2024

<우리 엄마>

〔소설〕결국 해피엔딩


엄마한테 내 새끼면

나한테는 오빠라는 건데,

그래 뭐, 우리 엄마가 그러라면 그래야지.

우리 엄마가 내 새끼라고 정했으면 당연히 나에겐 오빠지.

그게 누구 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했어도

오빠로 받을 거야. 내 마음으로.

우리 엄마가 행복해진다면 난 뭐든 한다.

엄마 불행하지 마세요,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디 행복하기만 해 주세요.


그리운 오빠

매사에 조심조심 말없이 고요했던,

달랑 한 살 터울에 차라리 동생이면 더 낫겠다 싶던 완이는

아슬아슬 신경 쓰이는 오빠였다.


얄팍한 유리처럼 하도 마음이 잘 다쳐서

별것도 아닌걸 누가 뭐라 하면

풀썩 꺼져 자기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달팽이마냥

여리고 여리던 오빠.


“지랄들 한다고 해라. 지들 주제에 어따 대고 이러쿵저러쿵 이야. 그런 애들 말은 그냥 먼지다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려. 누가 뭐래도 오빠가 최고야. 공부도 젤 잘하고 젤 멋있고 키도 크고 우리 학교를 빛낼 기대주고. 젤 멋있어. 지들도 다 알걸.


아무리 말해도 입가에 스치듯 미소 한 번으로 퉁친다.

씨알로도 안 받는다.


진짠데, 진심인데

우리 오빠가 한 점 그늘 없이

해맑게 깔깔 소리 내면서

행복하게 웃는 것 좀

꼭 보고 싶었는데.     


오래전 어느 날

홀연히 어디론가 가버린 바람에

나도 나지만

아들새끼가 사무치게 그리운  미자 씨는

저렇게 아무에게나 달려들어

내 새끼라고 한다.     


가엾은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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