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수돗가에 미자 씨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뭘 하시는지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한쪽에 펼쳐진 빨래 건조대에 걸린 옷가지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언제 일어났냐,
멀찍이 마루에 앉아 엄마를 보고 있는 아이의 이마는 여전히 노랗고
눈두덩은 거의 검은색이고
꿀잠 잔 사람의 말간 눈빛으로
날 보며 엉거주춤 일어난다.
옛날 고래 적 우리 오빠의 파자마를 입고 있다.
“엄마, 뭐해요?”
항상 그렇듯 화들짝 놀라 날 째려보신다.
“아니, 내가 왜 댁의 엄마야. 늙은 사람이 주책이야.”
“아 네, 미자 씨. 근데 뭐 하시는 거예요?”
신발을 빨고 있다.
저 애의 명품 가죽 스니커즈.
“미자 씨, 그거 물로 빠는 거 아니에요.”
“아니긴 뭘 아냐. 신발이 거지꼴인데. 언니는 가서 언니 일이나 해.”
응, 우리 엄마 이런 거도 좋아하셔.
토요일이면
오빠랑 내 실내화며 운동화랑 신발주머니까지 뒤집어 빨고 닦아
여기 댓돌 밑에 세워놓으셨어.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죽 늘어선 신들을 보면 난 얼마나 좋았다고.
월요일 아침, 빳빳하게 곤두서있는 실내화를 신을 때의 느낌
그런 순간들이 난 너무 행복했어.
나의 모든 일상에 깃들어 있는 엄마의 사랑.
엄마는 이토록 다 늙어빠진 몸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거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을.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우리 엄마 윤 미자 씨.
나는 아이 옆에 앉아
미자 씨의 뒷모습을 본다.
누가 보면 춤추는 줄 알겠어,
신명 가득한 어깨 짓에 바지런히 도 손을 놀리신다.
“배 안 고파요?”
“네?”
“배고플 거 같은데,”
“네.”
“신발은 새로 사 줄게요.”
“아니에요. 저거 말려서 신으면 돼요.”
그 애는 부스스 일어나 수도가로 간다.
엄마 앞에 앉아 바가지로 물을 부어준다.
그 물에 가죽신을 헹구는 미자 씨
언제나 아들이 그래주기라도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눈물이 난다.
아들이 물도 부어주니 좋아요?
그렇게 잠깐이라도 엄마가 행복하면 좋겠어요.
근데 쟤는 모냐? 하는 꼴이 양아치는 아닌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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