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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r 02. 2024

<담장 넘어 들어오신 복덩이>

〔소설〕결국 해피엔딩


“미자 씨,

아직 아프잖아요. 좀 자고 나면 그때 먹여요.”     

"응, 그럴까?"


엄마는 그거 하려고 사는 사람처럼

새끼들 밥 먹이는 걸 젤 좋아하시지.

이렇얼굴 보는 게 얼마만이야,

당신 아들 맛있게 먹는 거 좀 보고 싶어 안달이시다.


오빠가 좋아하던 김치 콩나물 국,

콩나물에 묵은지를 넣어 푹 끓이면

새콤하게 시원한 우리 엄마 맛인데.


“우리 아들, 맛있어?”

“네, 엄마. 시원하고 맛있어요.”

오빠는 늘 그렇듯 여린 웃음 살짝 얹어 대답하곤 했는데


그리고 미역국도 좋아하고

고등어조림도 좋아하고

된장찌개에 들어 있는

호박이랑 양파를 좋아하던 완아

너 때문에 수십 년 세월이 훨훨 넘어가는 동안

그 모든 게 슬픈 엄마 맛이 되었다.


그나저나 얘는

종일 잔다.

노란 이마에

푸르딩딩한 눈두덩이 꼴로


새벽에 해열제를 먹일 때도

생판 남이 뭘 먹이는 줄 알고  

꾸역꾸역 받아먹더니

열은 떨어졌다.


꽤나 곱상한 얼굴에 애기 티가 물씬한데

이 애는 무엇에 겨워 저 꼬라지일까.

여기가 지 집인 줄 아는지

곤한 잠이 편안해 보인다.


그래

부디 니 집인 줄 알거라

우리 미자 씨가 저리 생기발랄해지시니

미자 씨가 목메어 기다리던 사람으로

니가 왔으니

부디 그 사람으로 머물러 주기를

니가 돌아갈 집이 없기를

혹은

집에 가고 싶지 않으면 그것도 괜찮고


담장 넘어 들어온 복덩이라 여길게

오빠에게 다 주지 못했던

아까운 내 마음도

홀랑 쏟아 주마.


무엇보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우리 엄마가 이렇게라도

행복해지면 좋겠어.


근데 나 좀 미쳤나 봐.

지금 뭐 하냐 혼자서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는 애를 데리고.

김칫국 한 사발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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