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oing solo
Feb 29. 2024
가물었는데 반가운 비가 종일 내린다.
맑은 초록에 물기가 더해져 더욱 싱그러운 하루였다.
뭐니 뭐니 해도 하늘에서 내려주는 물이 최고지
지긋한 햇살에 시들해진 몸 두둑하게 채웠으니 텃밭의 저것들도 좋겠네.
뭐지?
문득 빗소리에 섞여 들려온 소리에 긴가민가 하는데
“이제 왔나 보네.”
TV는 보는 둥 마는 둥
선잠에 뒤척이던 미자 씨가 화들짝 일어나 홀린 듯 마당으로 나선다.
“뭐가 왔는데요?”
늘 상 기운 없이 늘어져 있던 87세 여린 몸에 불끈 힘이 들어가 있다.
진창에 맨발로 달려가는 미자 씨의 뒷모습이 걱정스러운 만큼
호기심에 뭔지 모를 설렘도 느껴진다.
뭔 줄 알고 저러시나,
서둘러 우산을 챙겨 미자 씨의 뒤를 따랐다.
진짜 뭐가 있긴 있는데.
저리 귀가 밝으니 홑껍데기 같은 잠에 맨날 시달리시지.
콘크리트 담장 밑에 시커먼 어둠 덩어리가 널브러져 있다.
뭐냐, 저거?
“아이고 내 새끼, 뭐 하다 이렇게 늦었어. 이 비를 맞고. 엄마가 얼마나 기다렸다고.”
뭐라고? 내 새끼라니? 뭐라 시는 거야.
나는 다가가 우산을 받쳐 드렸다.
“일어나, 이러다 감기 걸릴라.”
엄마 옆에 앉았다. 술 냄새가 훅 풍긴다.
“으이구 내 강아지. 얼른 들어가 밥 먹자.”
단비 내리는 초여름 밤
엄마의 만취한 아들이 어린 몸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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