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oing solo
Mar 09. 2024
여자 친구 집까지 바래다주는 게
연애의 꽃이란다.
하지만 오늘은 그 꽃 안 필 거야.
응, 다 알면서 모른 척
동사무소 앞에서 오빠를 기다렸어.
행복한 오빠랑 동행하고 싶었나,
아니면 살짝 심술이 돋았나,
그건 나도 모른다.
“은아, 여기서 뭐 해?”
“응, 그냥.”
“오빠 기다린 거야?”
“응,”
“오빠 봤어?”
“응,”
“바보, 오빠 아는 척 하지. 근데 이 언니 알지?”
“응.”
“안녕, 은이지?”
둘이 얘기하고 있으라면서 오빠는 다시 빵집으로 들어갔다.
“오빠가 은이 얘기 많이 해.”
“아, 네.”
“완이가 은이 많이 이뻐하는 거 같아.”
“네.”
오빠는 곰보빵 두 개씩 들어 있는 봉투 두 개를 들고 왔다.
미영언니에게 하나를 건넨다.
“미안해. 낼 학교에서 보자.”
“오빠, 나 그냥 가도 되는데.”
“뭐야, 오빠랑 같이 가려고 기다렸으면서. 출출하지, 빵 먹으면서 가자.”
“아니, 집에 가서 먹을래.”
“그래? 그럼 집에서 엄마랑 같이 먹으면 되겠다.”
아유, 그래서 내가 조완이를 안 좋아할 수가 없는 거야.
바래다주려던 여자 친구를 못 바래다줄 거니까
대신 빵 두 개를 들려 보내고, 그래도 가면서 내 욕했겠지.
은이 기집애는 눈치도 드럽게 없다고.
그러든 말든 무대뽀가 좋은 거 차지하는 거란다.
여튼 오래 기다린 동생에게 맛있는 빵 먹이려고 두 개 사 주고.
난 이담에 오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오빠처럼 고요하게 따뜻한 사람.
근데 조완,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는 거 아니냐,
니가 왜 하필 우리 오빠냐고.
다음 글
<아버지 마음 읽기-난이도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