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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r 14. 2024

<아버지마음 읽기-난이도, 상>

〔소설〕결국 해피엔딩


이상하지,


난 왜 오빠를 바라보는 아버지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걸로 보이지.

아버지는 조완이를 진짜 대견해하셨다, 내가 알기로는.


근데 결정적으로 아버지는 서투르시다.

당신 마음 이야기 해 주는 거

다른 사람 마음 읽는 거, 

그 마음에 공감해 주는 거

잘했다 칭찬해 주는 거

잘할 거야 용기 주는 거

그런 걸 젤 못하셨다.

동네에서 꽤 소문난 한의사에 누가 봐도 똑똑하게 생기셨는데,

게다가 어른이고.


그런데 이런 게 어른이면 당연히 되는 줄 알겠지만 

이거야 말로 못 배우면 절대 알 수 없는 고난도 인생 노하우지.


난 우리 엄마한테 맨날 배워.

내가 슬프고 울적할 때 엄마는 어떤 눈빛으로 날 봐주셔.

괜찮아 우리 딸,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야. 힘내, 그런 말 하는 눈빛.


그럼 힘이 나. 위로가 되고. 

그러면 나도 모르게 그런 눈빛으로 볼 수 있게 돼. 어떤 사람에게.

말하자면 주로 완이지. 

근데 사실 완이도 그런 거 잘하긴 해.

누구든 사랑을 받으면 티가 나게 돼 있다니까.


그리고 짜증 나서 지랄하고 싶을 땐

우리 딸 열받았구나, 그러면서 웃으셔. 

뭐 때문에 어떤 새끼가 짜증 나게 했는지 말해 보라셔.

 엄마가 니 마음 풀릴 때까지 새끼 줄게라면서. 

그리고 내 말 사이사이에 '아니, 그러면 안 되지, 우리 딸이 화날 만하네, 듣다 보니 내가 짜증 나는데, 그 새끼 진짜 나쁜 새끼네, ' 등등, 

당신 입에 맞지도 않는 어설픈 욕에 영혼도 별로 없는 추임새도 보태주셔. 그리고 '이제 좀 풀렸어?'라고 하시고 '괜찮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나쁜 생각은 빨리 버려, 그런 거 오래 가지고 있으면 우리 딸 이쁜 마음만 다치니까.'


너무 모든 거 다 잘하려고 열심히 살지 말라 고도하셨어. 그보단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고. 

그런 말들이 내 마음에 담겨 차곡차곡 쌓이면 나는 행복해질 거 같아. 

그리고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게 도울 수도 있을 거 같고. 

내가 받았던 말 나눠 주면서.


성적이 떨어지면 사실은 아버지보다 오빠에게 대미지가 훨씬 큰데.

왜냐면 오빠는 스스로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니까.

공부하는 거나

아버지가 밥상에만 앉으면 귀에 딱지 앉도록 말씀하시는

사람이 먼저 되는 것도,


오빠는 부모님께 든든한 아들이 되고 싶어 해,

자신의 존재가 부모님께 행복이 되기를, 자랑이 되기를,

든든한 소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면서 그렇게 살고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는 당연히 괜찮다고 해 줘야지.

공부가 뭐 그리 대수냐고

우리 아들은 존재 자체가 행복이란 걸 알게 해 줘야지.

그게 사실이잖아.

그런데 왜 아버지는 아들 마음을 그렇게 모르셨을까.

완이 보면 딱 보이는데.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 어른들 보면 예의 갖춰 인사하고, 뭐라 하시면 예라 하고.”

“아버지, 이만하면 벌써 훌륭한 사람 아니에요? 이 동네에서 조완만한 사람 나와 보라 그래요. 아버지 아들 벌써 사람 다 됐어요. 뭘 더 사람 되라고 그러세요.”


어허!

역정 내시는 거 같지만 아버지도 내심 인정하시는구나.

얼굴에 써있네.


그러냐, 우리 아들 장하구나.

속으로만 뿌듯해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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