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oing solo
Mar 16. 2024
서슬 퍼런 아버지가 당신 방에 떡하니 계시는데
텃밭 쪽 댓돌에 앉아 담배를 핀다.
미쳤구나 조완이가.
처음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곱상한 얼굴에 세상물정 암 껏도 모르는 척 말간 얼굴이
당겨진 불빛에 빨갛게 빛날 때
내 마음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오빠가 흡연하는 것도 놀랐고
아버지한테 들킬까 봐 무서웠다.
저러다 날벼락 맞을라
두어 번 몰래 훔쳐보다가
그래, 쫌생인 줄만 알았는데 조완이도 남자는 남자구나
그니까 그럴 수도 있지
너나 나나 격렬한 질풍노도에 시달리는 건 똑같지만
우리 집 흡연자가 내가 아니고 오빠인 게 그나마 다행 아냐?
한참 흡연 중인 오빠 옆에 앉았다.
흠칫 한번 보고는 그런가 보다 한다.
“오빠, 그거 맛있어?”
“글쎄,”
“글쎄는 뭐 글쎄 야. 그 연기 맛 어떠냐고.”
“불 맛이야.”
“그래서 그 불 맛 좋아?”
“좋은 건지는 모르겠고 그냥 몽롱하게 타는 냄새가 나. 내 안의 몬가 타는 거 같아.”
“오빠 안의 몬가 타기는 뭐가 타. 담배가 타는 냄새겠지.”
“그래, 그런 맛이야.”
“니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아, 아버지.
목소리가 굳건한 얼음장 같다.
오늘이 우리가 죽는 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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