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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r 22. 2024

<계산 무능력자>

〔소설〕결국 해피엔딩


대부분 억울해.


아버지한테 맞을 때마다 이상하게 계산이 안 맞는 거 같아.

잘못한 거만큼만 야단을 맞거나

이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종아리를 맞아야 하거나,

그냥 잔소리쯤으로 끝나도 될 거를

늘 잘못한 거보다 더 많이 혼나는 거 같고

더 많이 맞는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아니면 칭찬받을게 분명한데

오히려 야단을 맞으면 그건 진짜 최악이지.

아버지한테 막 대들고 싶어 져.

매보다 억울함이 더 아프다니까.

난 그래도 할 만큼 지랄도 하고

적당히 대들기도 하니까 좀 낫 긴 한데

우리 오빠는 고스란히 지 맘에 쌓는 거야


엄마는 아버지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하시지

말로는 그러셔

다 우리 새끼들 잘 되라고 그러는 거라고.

근데 그 말에 공감은 안 돼.


왜냐면 아버지가 그럴만하지,

그러니 니들은 좀 맞아야 해.

그렇게 생각하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거 다 아니까.

엄마는 내심 뭘 그렇게까지 하냐, 그러니 애들이지라고 생각하셔.


대신 우리 엄마는 말로 하시지.

왜 그래, 힘들었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엄마한테 말해봐.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 어른의 말로 정리해 주셔.

그건 사실 별거 아니라고, 지나고 나면 알게 될 거라고

그러니까 잘 이겨내라고, 엄마가 도와줄 거라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도 하시지.

그리고 등을 툭툭 두드려 주시면

이상하게 술술 녹아.

엄마 말처럼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고

잘 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겨.


아버지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건 다만

우리 마음에 미움이 없길 바라시는 거지.

그건 나쁜 거고 마음을 다치게 하니까.

여튼 나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우리 오빠는 아니었나.

똑똑한 완이가

왜 그 말을 못 알아 들었을까.


유리처럼 깨지는 게 쉬웠던 완이,

너무 예민해서

다 알고 있는 걸 계산도 안 맞게

화가 잔뜩 들어있는 목소리로 막 쏟아부으면

얄팍한 영혼은 깨지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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