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결국 해피엔딩 1
그날 이후
오빠는 흡연하지 않았다.
아니,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아버지는 더 이상 우리에게 매를 대지 않으셨다.
더욱이
아버지에게서 풀풀 풍기던 냉기도 훨씬 누그러졌다.
아침마다 오빠 방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버지는 말간 얼굴로 텃밭을 둘러보신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지.”
“그래 잘 잤니?”
“네.”
“아침 먹고 학교 가라.”
“네.”
아버지가 변했다. 뭔가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면 다행이지.
오빠는 변하지 않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에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말들
엄마와 텃밭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것도 변함없었고
연애는 이상 무,
하교 길에 미영이 언니랑
얼굴 가득 웃는 것도 몇 번 봤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눈부시게 손질해 주신 교복을 입고 학교 갈 때,
무슨 생각을 하실까
거의 매일 대문 밖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셨다.
모퉁이를 돌 때쯤 뒤돌아 보면 어여 가라고 손 흔들어 주시는 게
난 정말 얼마나 좋았다고.
토요일 오후엔 운동화며 실내화며 바득바득 빨아 댓돌에 세워 놓으시고
김치찌개, 된장찌개, 소고기 미역국에, 콩자반, 김,
우리가 먹는 걸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길로 지켜봐 주시고
“맛있어요, 엄마.”
“그래? 맛있게 먹어 주니까 엄마도 행복해요.”
엄마의 온 영혼은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그날 무궁화나무에서 나온 울음은
지나간 모든 것이 그랬듯 흐르는 시간에 덮였고
우리는 또 다른 일상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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