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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ing solo Mar 28. 2024

<어둠 이불>

〔소설〕결국 해피엔딩


실종 후,

12시간이 경과하면 생존확률 50%


24시간이면 20%

48시간이 지나면

사망으로 간주한단다.

경찰서 새끼들이.

타살의 물증이나 혐의점이 없으면

수색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단다.


그러니 아버지는 미쳐서 돌아다니셨다.

우리 동네 주변의 모든 집을 들러

이런 사람 봤냐고 하다가

점점 반경을 넓혀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북, 마지막엔 제주도까지

세상의 모든 거리 모든 곳을 구석구석 뒤졌다.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두세 달에 한 번 움푹 파인 몰골로 들어와 하루 이틀 계시다 또 나갔다.


엄마도 미치셨다.

그냥 아침에 나가서 저녁이나 밤에 들어오셨다.

차마 아버지처럼 안 들어올 수 없었던 건 나 때문이었을 거다.


어디서 헤매다 

어둠을 등짐처럼 이고 오신 엄마는

오빠 방 툇마루에  하염없이 앉아계신다.

그러다가 잠이 드신다.

“엄마, 감기 드세요.”

낮은 소리에도 희번덕 깨어나

당신 방으로 가신다.

그러곤 더 못 주무신다.


나는

어둠을 이불 삼아 차디 찬 마루에 웅크려  잠든 엄마에게 솜이불을 덮어 드렸다.

그리고 엄마의 등을 향해 나도 누웠다.

엄마를 안고 싶었다.

허전한 가슴을 엄마의 온기로 채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내 숨소리에 엄마가 깰까 봐 숨도 몰래 쉬었다.


“은아,”

“응, 엄마”

우리 은이 마음 단단히 먹어야 돼.”

“응, 엄마. 엄마도 그럴 거지?”


엄마도 그럴 거라고 말해 줘야지. 엄마도 마음 단단히 먹을 거라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 은이 곁에 있어줄 거라고 말해 줘야죠.

조용히 엄마의 말을 기다렸다.


“내 새끼들 불쌍해서 엄마는... 어떡해.”


한 꺼풀 낙엽처럼 바삭한 엄마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불쌍한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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