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만하시라고 해. 왜 말도 안 하고 때리기만 하냐고.왜 그랬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지, 엄마.
엄마, 아버지 좀 말려요.”
“나쁜 자식,
니가 이 애비를 이렇게 실망시켜?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선 채로 죽어있는 오빠.
그런 아들을 더 죽이려는 아버지의 손에 무궁화나무 두 개가 쥐어져 있다.
오빠 종아리에 그어진 빨간 금들.
“그만하세요 아버지.”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채찍을 휘둘렀다.
“그만하시라고요. 뭐가 나쁜 자식에요. 아버지는 맨 날 뭐만 하면 실망 이래. 담배 좀 피면 나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아들이 담배피면 왜그랬냐고 물어봐 주셔야죠. 왜 그 험한 담배를 피냐고, 무슨 힘든 일 있는 거냐고, 말해보라고. 아버지가 도와준다고 하셔야죠. 물어보고 들어주고 그래야죠. 왜 우리 아들이 힘드냐고.”
두세 번 더 휘둘렀다.
완이 종아리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결국 주저앉았다.
아버지는 일어나 완이의 등짝에 채찍을 휘두른다.
“아버지 그만하라고요.”
나는 오빠의 몸을 감쌌다.
내 등짝에 두어 번 불길이 그어졌다.
그 뜨거움에 데인 나는 이성을 잃었고
끓어오르는 화에 사로잡힌 아버지에게 맞섰다.
“진짜 나쁜 사람은 아버지라고요. 뭐가 그렇게 잘나셔서 맨날 혼내고 때리고 그러려고 아버지가 된 거예요? 아버지 나빠요. 진짜 나쁜아버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