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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g solo
Apr 05. 2024
<무한대의 것 들>
〔소설〕Dear my Sorrow 1
알아,
자식을 혼낼 때 사실 두려워.
내가 과한가? 이렇게 까지 안 해도 되는 걸 너무 심하게 했다가 우리 새끼 상처받고 삐뚤어지면 어떡하지?
뭐든 잘했을 때도 그래. 칭찬은 아끼게 돼 나도 모르게. 너무 후하게 주면 우리 아버지 말대로 저 잘난 줄 알까 봐.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는 걸 괜히 망치게 될까 봐. 인색해져.
부모가 돼서야 우리 아버지 맘을 알았어.
부모로서 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무한대야.
잘 키우고 싶은 욕망도 무한대고.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은 무한대보다 더 무한대야.
무한대의 그런 것들 때문에 마음이 뒤집어져서
내 새끼가 잘하는 건 그저 그래 보이고
그러니 더 잘하게 막 부추겨야 할 것 같고
못하는 건 엄청 커 보여.
어쩌지 이러다 우리 애만 쳐지는 거 아냐,
이러다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나.
모든 부모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의 정체는 사실
간절함이지.
누구보다 간절했던 우리 아버지는 결국 술한테 패배했다.
당신의 목숨을 건 필패의 싸움에 엄마는 남의 일이려니,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
그만하라고, 어쩌려고 맨날 독약을 드시냐고 말은 하지만 건성이었다.
죽을지도 모르지만 누구의 싸움을 말리고 자시고 할 겨를이 없었다.
어쩌면 엄마도 누구에게든 혹은 무엇에 대하여 싸움을 걸고 있을 터였다.
이 와중에 배고파지는 것도 졸음이 오는 것도
어이없고 낯 뜨거운 것이 한이 없건만 그나마 견디고 견디려다 보니
이제 엄마는 집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 돼 있었다.
어디를 그리도 다니시는지 같이 가보재도 성가시댄다. 너는 그냥 집에 있으라고 손사래를 치신다. 그리고 저녁이나 밤에는 꼬박꼬박 들어오신다. 그것만도 다행이지. 오늘 혹시 안 들어오시면 어쩌나, 무섭다가 엄마가 들어오시면 그제야 안심하고 매일매일 그랬다.
아버지의 몸에 스며들지 않는 술은
누런 기가 빠지면 한 꺼풀씩 검은 흔적을 남겼다.
검은 안색의 아버지에게
무섭다고, 아버지 어떻게 되시면 엄마랑 나는 어떡하냐고
울며불며 애원하는 나와 작은 아버지의 울음을
조용히 듣고만 계시다가
또 며칠 후에 마시고 그러다가
몸 져 누셨다.
그토록 삶에 겨운 아버지는
결국 숨을 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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