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정장 한 벌
매일 아침저녁 초록빛 나무들이 나를 지켜준다.
그들 곁을 지날 때 안심하고 가벼워지고 위로받는다.
6월 하순
하루를 품은 풍경 한 장.
경호원
황보영
지하주차장의 회색 통로를 빠져나오면
벚나무가
방금 세수한 얼굴로
온몸을 흔들며 나를 반긴다
그들은 아침마다 그 자리에 선다
등줄기를 곧게 세운 청년처럼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스마트한 자세로
핸들을 잡은 내 손에
왠지 모를 좋은 예감 하나를 전한다
바람이 스치면
그들의 인사는
잎의 떨림으로 말을 건네고
나는 그 사이로
마음의 무게를 하나 내려놓는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금세 속도를 높인다
시간은 내 앞을 먼저 달리고
나는 그 흐름에 매달려
일의 목록을 지우고 또 지운다
거센 파도처럼 몰려드는 일들
덜어낼수록 다시 손에 쥐어지는 쪽지들
저녁 햇살이 길게 드리운 시간
다시 초록 제복이 눈부신 기사들 곁을 지난다
온종일 햇살을 맞았을 텐데
그들은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서 있다
마치 돌아온 나를 반기려 기다렸다는 듯
햇살을 머금은 붉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잠시 바람 같은 손길로 등을 어루만진다
오늘도 당신 곁에 있는 초록빛 인사가 머물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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