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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하 Nov 23. 2023

#WPT2:내가 생각한 캠퍼스라이프는 이게 아닌데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상선사관으로 거듭나기

오늘 연재글에서는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후, 
"적응 교육" 시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이 시절이 나의 2번째 경유점(waypoint, WPT) 이다.
부모님의 그늘 아래 있던 내가, 성인이 되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깨달은 순간이었기 때문에 2번째 경유점으로 기록해보았다.


이게 대학이야 군대야

    대학교 합격 발표를 확인하고, 적응 교육에 참석하라는 안내 내용을 받았다. 적응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들 말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를 갔다. 해양대를 추천해주셨던 아버지도 나에게 별 다른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었다.


출처:https://youtu.be/uIvUYxroHvg?feature=shared

(위 사진은 내가 참석했던 시기의 적응교육사진이다. )


    그렇게 적응교육 1주일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기숙사에 입소를 하고 나서, 체육복을 하나씩 나눠줬다. 정말 웃기게도 생긴 초록색 체육복을 나눠줬다. 그리고 다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서 옆 방 친구들 방에 놀러가 보기도 하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몇시간 뒤의 내가 어떻게 될지는 꿈에도 모른채로 말이다.


출처:https://youtu.be/uIvUYxroHvg?feature=shared


    그러고는 “태평양”이라고 부르는 집합 장소에 나갔다. 검정색 제복을 입은 선배들이 나왔는데, 나는 정말 사람이 나왔으니 반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박수를 열심히 쳤다. 근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박수를 치지 않더라. 아마 그 친구들은 이 일주일이 어떤 일주일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제복을 입는 선배들이 소리를 치면서 명령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찐 해양대 생활은 시작이었다.


    옆에 있는 동기들은 빠릿빠릿하게 훈련을 따라가기 시작했고, 나도 어리둥절하면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계속 생각했다


“집 가기만해. 아빠는 왜 이런건지 말 안해준거야. 두고봐!“


아마 아빠는 내가 이런거 인줄 알았으면 입학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해양대는 법적으로 훈련을 받도록 되어있는 학교다. 인권 문제로 인한 뉴스기사들은 학교의 기반을 정확하게 알고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기사들이다. 물론 일부 심한 사람들도 있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문제가 없다. 해양대학교는 다른 일반 대학이랑 다르고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남학생들은 군대를 대체하기도 하는 특수한 학교이니 이해하고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아침에 구보를 뛰어야 한다

   시계도 전부 제출해야하고, 시간이 몇시인지도 모른채로 잠에 들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선배 사관들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로 기상을 했다. 모두 부랴부랴 옷과 신발을 갖춰신고 다시 집합 장소로 향했다.


    해양대는 아침마다 구보를 뛴다. 이 구보를 수행하는 목적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목적으로 뛴다고 보통 교육하고 있다.


1. 선박의 승선생활을 건강하게 수행하기 위한 체력을 기른다
2. 주변 동료들과의 단합력을 기른다


    뭐 이유는 납득이 된다. 하지만 고3의 저질 체력을 가진, 우리들이 아침부터 이렇게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느린 속도로 뛰었던 것 같은데, 낙오자들이 속출했다. 나도 그 학교가 이렇게 큰지 세삼 깨달았다. 입학하기 전에 아빠랑 왔을때는 이렇게 크지 않았던거 같은데 말이다.


    달리기를 뛰는 순간에 정말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멀어지는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들어올려지지 않는 다리를 힘겹게 올리고, 다음 발을 내딛는 것. 온전히 그곳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점심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네  

    점심 시간이 되어서, 점심 식사를 하는 순간에도 사관들의 감시(?)속에 밥을 먹었다. 자세도 곧아야하고, 일어나는 순간에도 정숙하게 일어나야하고, 정말 아기인 때로 돌아가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선박에서는 선장,기관장과 같은 배에서 높은 직급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부터 가장 낮은 직급인 사람까지 함께 식사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모든 식사 습관까지도 알려줬던 것같다. 나는 정말 제대로 밥을 먹지도 못했던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서러웠던 순간이 아닐까…


저녁에는 점호를 한다

출처:https://youtu.be/uIvUYxroHvg?feature=shared

    저녁에는 점호를 수행한다. 이 점호의 목적도 간단하다. 선박은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떠다니는 아파트이다. 그 아파트에서 한명이 사라져버린다면, 정말 큰일이지 않는가? 그래서 이 점호는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이 점을 입학하는 순간부터 철저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티비에서만 보던 이야기들이 하기 시작했다. 뒤로 번호, 인원 보고 등등. 내가 정말 군대에 온건지 대학에 온건지 구분을 할수 가 없었다.


아빠 옷도 이렇게 다려본 적이 없는데

    어떤날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제복을 정말 단정하게 입는 법을 배웠다. 상선사관으로서 당당한 자세는 이런 옷차림에서 오며, 실제 선박에서도 비슷한 근무복을 입고 근무하기때문에 미리 연습해보는 시간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제복을 받아드는 순간을 잊을수가 없다.

왜냐고? 너무나도 작았기 때문이다. 제복 사이즈를 재는 사장님이 분명 대학가면 살이 빠진다고 하시면서 한 사이즈를 줄여서 측정하셨는데, 나는 살이 빠지지 않았다. 웃기게도.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 얼른 방으로 가서  배운대로 다리미질을 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다리미질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찼다.


내 교복도 이렇게 다려본 적이 없고, 아빠 양복도 이렇게 다려본 적이 없는데 하하


우리집 화장실도 이렇게 치워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우리 방이 얼마나 깨끗한지, 점검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머리카락 하나까지 깨끗하게 치웠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면 바로 훈련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훈련을 받기 싫어서 열심히 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의미에 대해서 깨닫기 시작했다.


   당시 선배 사관이 우리에게 설명해줬던 이유로는, 선박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위생은 정말 중요하며, 자칫하면 질병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고, 선박은 회사의 재산, 이 기숙사는 국가의 재산이므로 깨끗하게 사용하고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잘 알겠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집도 이렇게 치워본적이 없었다.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세상을 처음부터 다시 살아가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정말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아직도 이렇게나 시간이 많이 남았다니…




    옆 방의 친구들이 혼나는 순간이 오면, 내 방은 깨끗한가? 혼자 수많은 경우의수를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대답할지도 연습했다.


    이렇게 내가 부모님의 품을 떠나 성인이 되어가는건가 싶다가도, 일반 대학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다른 친구들의 얼굴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내가 받아 들여야 한다고 다시 혼자 다짐했다. 그것도 잠시 또 선배 사관에게 혼나 훈련을 받을때는 멘탈이 와르르 무너졌지만 말이다 하하.


나, 해양대 오길 잘한거 맞나?

주말에는 배타고 육지로 나가야 집을 갈 수 있는거야?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이 질문은 지금도 많이 받는 질문이다. 한국해양대학교는 이전에는 섬으로 되어있는 학교였지만, 지금은 중간에 방파제가 놓여있어서 자유롭게 나갈수 있는 구조이긴 하지만, 사실은 이런 시설적인 장벽 말고, 더 큰 장벽이 있다. 


바로 복장점검이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우리가 입는 옷을 상급자에게 점검을 받는데, 내가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고 나가더라도, 선배 사관의 눈에는 어찌나 그런것들이 잘보이던지.


명찰도 곧아야하고, 

다리미질도 잘해야하고, 

실밥도 없어야하고!


‘아! 집 한번 가기 어렵다!‘


드디어 적응교육 끝이다!

출처:https://youtu.be/uIvUYxroHvg?feature=shared

    드디어 적응교육이 끝나고 입학식을 하는 날이었다. 적응교육 중간중간 위에처럼 단상에 모든 학생이 올라가서 멋진 해대생 노래를 연습했었는데, 우리의 입학식을 보러온 부모님들께 이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했던 것이다.


    솔직히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우리 가족얼굴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어딘가에 서서 나를 저 수많은 얼굴들 사이에서 찾고 있을 우리 아빠와 할머니를 생각하니 기분이 제법 뿌듯했다. 일주일동안 고생한거는 생각도 안나고, 정말 기분이 좋은것 밖에 생각이 안들었다.


구령에 맞춰 힘차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름이 끼쳤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래라기보다는, 일주일동안 고생한 나를 위한 노래 같았다.


딸기우유는 내 자린고비 굴비였다

    훈련을 어떻게 버텼었나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게도, 딸기 우유 하나 때문에 버텼던 것 같다. 훈련 동안에는 우리가 가져온 간식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정말로 딸기 우유가 먹고싶었다.


    평소에는 딸기 우유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어느 순간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으면서 문득 딸기우유가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훈련만 끝나면 딸기 우유 먹어야지. 아빠한테 꼭 딸기우유 사달라고 해야지. 그리고 아빠한테 괜히 소리도 한번 빽 질러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금방 끝나 있었다. 정말 딸기우유는 내 훈련의 자린고비 굴비 같은 거였다.


    막상 끝나니까 먹고싶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휴가 끝난 군인이 이런 심정일까. 잠깐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 어렴풋이 학교의 커다란 글씨가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차에서 점점 엉덩이가 밑으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아마 그 글씨가 차체에 가려서 안보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군인이 되어본건 아니지만, 휴가가 끝난 군인들의 심정이 아마 이런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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