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영하 May 17. 2024

대학원에서 살아남는 법 : 1일 1 혼밥

나는 매일 1번씩 혼밥을 한다


왜 나는 혼밥을 하는가?

    학부 중심 사회인 이 대한민국에서, 혼자 덩그러니 카이스트 대학원에 입학했다. 전공도 대학원과 다른 전공을 학부때 전공했고, 학교도 전혀 다른 곳에서 졸업했다.


    특히 고등학교까지 문과생이었고, 대학교때까지만해도 4대 역학과는 거리가 먼 전공을 했던 나이기에 대학원 생활은 녹록치만 않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9-10시에 퇴근하기를 반복하고, 주말에도 틈날때마다 출근하는 이 빡빡한 대학원 생활.


    나에게는 숨쉴 구멍이라는게 필요하다.


    취미 생활로 해결할 수도 있을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테니스를 친다던가, 아니면 달리기, 헬스같은것. 또는 꽃꽂이 같은 취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매일 할 수 있는, 그런 휴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혼밥”이라는 취미를 선택했다.


    하루에 적어도 1끼는 혼자 먹으려고 했다. 혼자 샐러드를 사서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유튜브 영상 하나를 틀어놓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시간을 온전히 즐긴다.


    멀리가거나, 엄청 대단한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다. 학교 식당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탕볶밥을 하나 시켜서, 혼밥 좌석에 앉아 내가 먹고 싶은 식사속도에 맞춰 천천히 먹는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에 내가 외부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에서 한발짝 물러난다.


    가끔은 이런 혼자만의 시간에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아까까지만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혼자 밥을 먹으면서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라고 생각이 들때도 있다.


   이런 학문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장점은 덤이다.

    주말에는 내가 먹고 싶었던 식당을 시간내어 찾아가기도 한다. 아무래도 나는 대전에 연고가 없기도 했고, 이렇게 아예 장기적으로 있어본 적이 처음이라, 유명한 식당도, 나만의 단골 식당도 아는 곳이 없다.


   그날 내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식당을 정해두고, 주말 출근을 한다. 사실 주말에 출근한다는 것이 기분 좋고 기다려지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일부러 나에게 이런 당근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다. 당근이 나에게 주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주말 출근동안 해야 할 일을 임팩트 있게 처리한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만의 혼밥 여행을 떠난다


    어떤 날은 이런 날도 있었다. 그날에는 청국장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학교 식당에서는 먹을 수도 없는 메뉴이고, 청국장을 먹으면 내 기분이 너무 힐링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근처의 후기가 좋은 청국장 식당을 찾아 거의 40분을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맛있게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혼자는 손님으로 받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아마 백반 형식의 메뉴라 여러가지 반찬이 1명의 손님은 이윤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었겠지.


   그 당시에는 정말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나와서 조금만 걸어보니 다른 맛있어 보이는 메뉴들이 많았다. 사실 나에게는 청국장을 먹는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을 ,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쓴다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아직 나의 마라톤 같은 대학원 생활을 마무리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지금 내 심정으로는 이 혼밥 하나만 있으면 그래도 꽤 괜찮은 대학원 생활이 될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