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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하 Aug 03. 2024

스스로 만든 국내파라는 한계

누가 만든 , 누구의 한계인가

나는 돈이 없어서 유학 못가

     대학교 4학년때 쯤, 미국의 킹스포인트라는 대학교에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학교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는 꿈을 품고 토플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를 하면서, 아버지에게 교환학생을 가고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당시 생활비 정도로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면서, 보내줄 돈이 없다고 하셨다. 우리집은 사실 그렇게 가난하지도 , 잘 살지도 않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나의 첫째 언니는 일본에서 유학을 했고, 그 유학 비용을 부담스럽게까지 아버지가 내셨던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 나는 너무나도 서운한 마음이 들었었다. 언니는 그렇게까지 유학을 보내줬으면서, 나는 등록금도 적고, 그마저도 장학금으로 다니고 있는데 한학기 가는 그것도 못해주냐면서 날카롭게 아빠의 마음을 베었다.


    한바탕 아버지와 싸우고 다시 학교로 가면서 화를 삭히지 못해 학교에 도착할때까지도 씩씩 거렸던 것 같다.


그렇게 알면서도, 덮어두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얼마나 못났었는지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다. 사실 20살이 넘어 알바를 해도 되고, 아버지가 주시는 용돈을 모아 갔어도 되었던 일이었지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을 고쳐먹기까지도 꽤 오랜시간 동안 아버지에게 , 큰언니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었다.


    그리고 더 지금 생각하면 웃긴 점은, 토플 시험도 본 결과도 없으면서 그렇게 아버지와 싸웠다는 것이다. 조건이나 맞춰두고 아버지에게 거래 제안을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가져본 적도 없으면서 잃었다고 엉엉 울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수년을 흘려보내면서, 나는 유학의 꿈을 알면서도 덮어두었다.


누가 너보고 그렇게 살래?

    나는 그 이후 대학원에 오게 되었는데, 그래도 언젠가는 유학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 아이엘츠 시험을 올해 쳐보고 최소 점수를 넘기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았었다.


    하지만 언제 갈지도 모르는 유학, 그런 허상같은 목표를 삼아두고 공부하려니, 동기부여도 없고,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미 유학을 떠난 나의 친구, 나의 선배들을 보며 배나 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년에 결혼을 할거라는 것을 핑계삼아, 내 꿈보다는 내 가정이 중요하지 하면서 자기 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러던 중 , 학교에서 교환학생 공지를 올린 것을 보게 되었다. 내가 가고 싶어했던 학교 중 한곳이 떡하니 있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나에게 하늘이 주신 기회 같았다.


더이상 그 대학생 시절 이루지 못한 과거에 살지 말고, 현재와 미래을 살라는 계시 같았달까.


    그래서 벼락치기로 시험을 무작정 등록해버렸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대학을 졸업해 나름 4년이라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돈도 모았기 때문에 , 이제는 탓할 아버지, 언니도 없었다. 오직 나만 있었다.


    그래도 나만 생각할 수는 없으니, 나의 배우자에게 될 사람에게 물어봤다. 내가 유학이나 교환학생을 가도 괜찮겠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생각보다 간결했다.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일전에 남자친구가 외국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을때, 머뭇거리길래, 어떤 것이 너를 망설이게 하느냐 했더니, 망설이게 만드는 건 오직 나뿐이라고 했다. 근데 나도 당연히 가도 된다고 했었다. 그 사람을 가로막는게 결혼이라는 굴레라면, 혼자였을때 했을 것과 같은 선택을 했으면 한다고 말이다. 그 사람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던 듯 하다.


    그렇다. 이제 나만 마음을 제대로 먹으면 된다. 항해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왜 그리 우울하고 어떤 것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던지를 되돌아보는 일이 많다. 지금으로서 내린 내 결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다는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유학을 망설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내가 너무 외로워서 돌아오고 싶을까봐.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기 보다는, 해보고 아니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그때는 아니었고, 지금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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