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1시간 전에 내가 자주 가는 공용주차장을 걸어갔다 왔다.
집에서 2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곳이다. 공용주차장은 크게 한 바퀴 걸으면 4분 정도가 걸리는 크기다.
주차할 공간이 반듯하게 4분할로 되어있고 12개의 가로등이 있다.
공용주차장 바로 옆에는 한강이 있다. 산책길도 잘 되어있고 속이 뻥 뚫리는 뷰가 펼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용주차장을 가는 이유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길 바라는 것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집에 있어도 되는데 답답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날엔 조금이라도 걸어야 해소가 된다.
그럴 때 나는 공용주차장에 간다.
생기 없이 죽어가는 얼굴로 신발을 땅에 끌리던 말던 신경 쓰지 않은 채 걷는다.
하루를 사는 동안 해야 할 것들, 하지 말아야 할 제약들이 생각보다 많다.
생각만 하더라도 잡념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해당한다.
공상도 마찬가지다. 생산적이지 않고 일에 효율을 높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생기 있는 표정은 띄어야 한다. 초점 없고 우울한 표정으로 사람을 대할 순 없으니...
옷도 신경 써서 입어야 하고 말할 때 단어 선택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용주차장에선 그 모든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표정, 옷, 생각까지 무엇하나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죽어가는 표정을 짓고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어도 뭐라 하는 사람 하나 없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산적이지 않는 생각들이 떠올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용주차장은 내게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이 되어있었다.
나의 치부를 다 드러내도 괜찮은 공간.
신경 쓸게 하나도 없는 공간.
모든 게 허용되는 공간.
힘이 들 때 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곳을 몇 바퀴 돌다 보면 누군가 나를 깊게 안아주는 듯한 안정감이 든다.
매 번 가면서도 소중한지 몰랐던 공간에 감사함을 전해 본다.